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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창승 Jun 15. 2022

시 간(詩 間)의 시간(時間)

스쳐 지났을 뿐인데도

유난히 선명한 빛깔로

기억에 남은 이

어느 밤, 또 스쳐 지나갑니다.     


손꼽아 기다리던 단 하루

때마침 들이닥친 불청객은

그 수많았던 날들 모른 체하며

기어이 그 하루를 쥐고 부숩니다.     


회색에 잠긴 추억 살려볼까

수년만에 들른 노포(老鋪)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종업원은

내가 기억하는 그 자리를 안내합니다.     


예상 못 한 일들로

유독 일이 바쁘던 목요일

집으로 가는 길엔 사고가 벌어지고

저녁 메뉴는 하필 엉망입니다.     


연인과 걷던 중

무심코 들어간 흰 벽 낯익은 카페

이름을 잊어 다시 찾지 못했던

바로 그날의 그곳입니다.     


무수한 시(詩) 지나온 나의 시(時) 앞엔

여전히 많은 시(詩)가 적혀 있습니다.

지은이는 알지 못합니다.

벅찬 읊음으로 고요를 메워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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