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3)

파도처럼 부숴진 내맘

by LEMO
출처 : YTN


평안감사도 저 싫으면 그만이다라는 속담이 있다.

예로부터 평안도는 국경이 있어 각종 물자가 교류되었고, 세족의 간섭이 덜한 변방이었기에 평안도 감찰사는 속칭 해먹기 좋은 요직이었음을 뜻하는 말이다.

처음 내가 사직을 하겠다고 했던 순간에 교장이 나에게 한 말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것은 명백한 속담의 오용 사례로, 애초에 나의 근무 여건은 평안감사와는 그 어떤 비교도 안되기 때문이다. 내가 평안감사였으면 절대로 그만두지 않았다.


저 학교 그만두겠습니다.(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교회에 가겠다는 제안을 받아들이고 나의 의사를 교장에게 전달했다. 교장이 말한 계약기간 무제한과 부모님이라는 단어의 영향력이 너무 큰 탓이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나는 마음이 편해질 줄 알았음에도 그렇지 않았는데, 그 이유야 명확했다.


애초에 나는 부당하고 과중한 업무와 처우에 대한 저항으로 퇴직을 결심했던 것인데, 이 제안을 받아들인 순간부터 나는 기존 업무에 교회 출석이라는 혹이 하나 더 붙는 것이다. 그걸 그저 무기한 계약기간 연장이라는 조건에 넘어가버렸으니 정말 수치스러운 일이 아닐 수가 없다.


뿐만 아니다.

'나간다더니 결국 안 나가네? 그럼 그렇지'

'쟤가 여기서 나가면 어딜 가겠어?'

'퇴사한다고 떠드는 사람 치고 나가는 사람 없지'

라고 여기저기서 뒷담을 할 것만 같은 가벼운 망상 증상이 시작되었다.


실제로 "그럴 줄 알았다 너는 그냥 평생 거기 다녀"라고 말한 사람도 있었다. 물론 내 선택에 대한 평가였지만 큰 상처였고 불면증상도 생겼다. 길가는 사람 아무나 붙잡고 고민상담을 하고 싶었다.


나름 마음을 다잡고 파이팅 하고자 했지만 주말이 다가올수록 교회에 대한 부담감과 정신적인 불안정으로 피폐해져 갔다. 더 힘든 것은 교실에 들어가면 아무 일 없는 듯 수업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엄마는 나에게 학교 선생님들을 식당으로 초대하라고 하셨다. 식사를 대접하고 싶다고...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이 조직에 충성해서 기대할 수 있는 거라곤 없는데 이런 말을 하는 엄마가 안타까워서 그러지 않겠다고 했다.


그런데 단순하게 생각해서 자의로 나가기 전까지 근무하게 해주는 것도 좋은 조건은 아닌가?라고 분명 생각할 수 있을 것이므로 이에 대한 설명을 하자면, 이는 애초에 불가능한 구조이다.


먼저 일반학교였다면 기간제 신분으로 4년을 초과하여 근무하기가 굉장히 힘들다. 교육청에서는 왜 계약직 신분으로만 저 사람을 계속 쓰냐고 압박을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보내고 다른 사람을 채용하거나 정교사를 선발한다. 물론 이곳은 정교사 선발시험을 열지는 않지만, 계약연장에서는 다르진 않을 것이라 생각함에도 애초에 지켜야 할 것을 안 지킨 게 한둘이 아닌 곳이라 이건 뭐 특례라고 치는데...


더 중요한 부분은 따로 있다. 이 학교의 생존기간은 설립자인 교장의 남은 수명과 동일하다. 교장이 사망하면 이 학교는 현재 1학년이 졸업할 때까지만 유지되고 폐교가 된다. 현재 교장은 원래라면 정년으로 퇴임했어야 할 나이를 훨씬 넘겼고 그럼에도 매달 학교에서 가장 많은 급여를 가져간다. 교육청이 지적하는 부분 중 하나다.


그렇다면 임기를 위반한 관리자가 있는 학교가 어떻게 유지가 가능하냐?

교사 급여는 호봉대로 아니었나요? 에서 언급한 내용인데, 이곳은 '초중등교육법'과 '평생교육법'에 발을 모두 걸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교육청은 기본적인 감사 시스템을 적용시키긴 하지만 강제성이 없다. 정해진 국고 보조금은 학교 측에 전달되고 있으므로 내부 상황에 불공정을 알아도 강제가 안 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교육청에서는 이 학교에 계속 학교법인을 세우라고 권유를 하였다. 법인이 설립되면 교육청 제도권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고, 당연히 교사들의 처우도(적어도 급여 부분) 나아질 것이므로.


실제로 이런 사례는 전국의 대부분(어쩌면 모든?) 학력인정학교에서 발생하는 현상으로 2007년을 기하여 학력인정학교를 설립하는 경우 무조건 법인을 등록해야 한다는 규정이 생겼다. 하지만 소급되지 않으며, 이 학교는 이전에 설립된 학교였다.


그러면 학교의 관리자 입장에서는 왜 법인을 세우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대부분 이런 학교는 가족경영이라 그렇다. 설립자인 교장 밑으로 교감, 부장, 행정실장, 등등이 가족인 경우가 많다. 법인을 설립하는 순간 학교 부지와 건물은 개인재산에서 교육청의 관리를 받는 대상으로 바뀌게 되며, 호봉대로 딱 정해진 급여를 받게 되면 불공정 분배로 꿀을 빨던 누군가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특히 임기 위반자는 그냥 물러나야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입장에서는 교장이 사망하여 학교가 문을 닫으면 부지를 매각하거나 개발하여 그동안 빨았던 꿀을 기반으로 편하게 사는 선택지를 고르는 것이 이득이다. 특히 학교로 운영되는 수십 년의 기간 동안 본의 아닌 존버가 되어 지가상승으로 이득을 보게 될 가능성도 높다. 즉, 설립자가 고령이 될수록 운영은 더욱 방만해질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것이다.


솔직하게 말하면? 나 같아도 이렇게 한다. 그러니까 관련 조례나 법 개정이 필요한데, 시간이 지나면 이런 학교들은 속속 폐교가 될 거니까 나라에서는 별 신경을 안쓰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아무튼 이런 측면에서 나는 교장의 의견을 받아들여도 내가 관두고 싶을 때 관둘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이 학교가 살아있는 동안에만 적용되는 조건부인 셈이다.


내 이야기를 써야 되는데 워낙 특이한 기관이라 설명만 늘어나고 있다.

순간의 감정을 메모해두라던 챗gpt 형님 덕분에 이 매거진을 쓸 수 있게 되어 그저 다행이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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