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표를 쓴 선생님은 뭘 할까요?(3)

약 먹는 사람보다 힘센 사람이 되고 싶다.

by LEMO


사표를 쓴 선생님은 뭘 할까요?(2)에서 이어지는 글입니다.


노동위원회에서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서를 작성하면 또 하나의 옵션이 생기는데 바로 대리인 선임이다. 시정 신청서가 접수된 이후로는 일종의 소송을 거는 것과 유사하게 진행되기 때문인데 대리인으로는 변호사와 노무사 중 택일이 가능하다. 살면서 이런 직업을 드라마 말고는 접해본 적이 없는데 가슴이 웅장해졌다.


문제는 변호사나 노무사는 공짜로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선임에 대한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되었다. 왜냐하면 최근 3개월의 임금이 각 300만 원을 넘지 않으면(세전인지 세후인지는 기억이 안 나지만 나는 어차피 둘 다 해당 x) 국선으로 선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월급 적어서 생긴 서글픈 장점)


그래서 나는 권리구제업무 대리인 선임 신청서를 작성하였다. 내가 작성한 서류들(이전 글에 있는 차별적 처우 시정 신청서 포함)을 제출하면 이제 주사위는 던져진 것이다.


솔직히 기간제차별금지법에 의한 너무나도 명백한 위법 행위를 시정 신청하는 것이라 담당 노무사 입장에서는 누워서 코만 파도 이기는 것이나 다름없겠지만 나에게는 쓸 수 있는 옵션은 다 써보는 게 좋으니까 뭐


사건 접수를 하고 담당 조사관이 배정되어 내가 신청한 사안이 학교 측으로 전달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나는 온갖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학교에서 합의하자고 하면 뭐라고 하지?'

'학교에서 나의 근무태도를 꼬투리 잡으면 어떡해야 하지?'

'각종 트집을 잡아서 내가 산정한 금액보다 줄이면 어떡하지?'

등등 온갖 상황을 예상했고 모든 대응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솔직히 말해 면접을 이 정도로 준비했으면 이미 새 직장을 구했을지도 모른다...


다음날 학교 측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내 생각보다는 쉽게 해결될 듯했는데, 학교에서는 노동위원회의 진정을 취소하고 합의를 하자고 하였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관계기관을 거치는 것이 학교 입장에서는 부담이 됐던 모양이다.

(또한 학교 측에서도 노무상담을 받았지만 자신들이 이길 가능성이 없음을 깨닫게 되었을지도)


학교에서는 기간제 교사들에게 정액급식비를 지급하지 않은 것이 차별인 줄 몰랐다고 했는데, 그게 진실이든 변명이든 이제 알았으면 된 것이고 사실 이렇게 나오는 것도 내가 예상했던 상황 중 하나였다. 그래서 나는 준비했던 멘트를 꺼냈다.


지금부터 일부 내용은 합의서의 조항에 따라 비밀 유지 및 제3자 전달 금지를 지키기 위하여 생략합니다.

(내 브런치에 쓰는거지만 지킬 건 지켜야 하니)


[다음화 계속]


*소제목의 의미 : 모르는 게 약이다 vs 아는 것이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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