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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Oct 31. 2019

스트레스를 무찌르는 나만의 기분 전환법

회사 생활에도 나만의 여유가 필요하다

나는 대체로 회사 생활이 잘 맞는 편이고, 출근하는 데 월요일조차 부담 없는 편이다. 하지만 100% 매 순간이 너무 재미있기만 하다면 그것이 솔직한 삶일까. 내 능력 이상의 것을 말도 안 되는 시간 내에 해야 한다는 압박적인 상황, 도무지 나의 상식으로는 대화가 안 되는 사람들과도 일은 해내야 하고, 나의 잘못도 아닌데 욕을 먹는 경우, 혹은 일 다하고 공은 빼앗기는 분한 상황 등 인간사에 있을 법한 일들은 당연히 늘 내게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출근이 나를 잡아먹을 정도로 나쁘지 않다는 결론을 매일 아침 내릴 수 있는 이유는, 그런 스트레스 상황에도, 회사라는 틀에 매여 있으면서도 바로바로 풀고 기분 전환할 수 있는 장치들을 사이사이 끼워 놓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사람마다 기분 전환의 요인은 매우 다르겠지만, 나의 개인적인 비법을 살짝 공개해 볼까 한다.




1. 회사지만 무려 취향도 누립니다.


어린 한 때에는 회사라는 공간에서는 자신의 어떠한 개인적인 취향이나 사생활을 드러내지 않고 딱 필요한 업무만 하는 곳으로 미니멀하게 꾸려놓는 것이 왠지 공사 구분을 딱딱 한 듯하여 프로페셔널해 보이고 멋있어 보였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의 깨어있는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공간까지 그렇게 "남들에게 프로페셔널 해 보임"이 그리 중요한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어차피 남들은 내게 전혀 관심 없는데. 나는 나의 책상을 스스로의 힐링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조금씩 나를 기쁘게 하는 것들로 채기 시작했다. 푸릇푸릇한 식물들을 하나씩 들여 공기 정화 및 가습의 효과뿐 아니라 살아있는 생명감을 느끼고, 계절이 바뀔 때마다 그 계절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꽃들을 하나씩 꽂아가며 삭막하지 않은 공간으로 꾸며가기 시작했다. 너무 일이 많아 숨 쉴 틈도 없다고 느껴지는 순간이 오면, 책상 앞의 프리지어나 국화 향기가슴 깊이 한껏 들이 맡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싹 전환되는 느낌이 들어 다시 으샤으샤를 할 수 있다.


2. 잠시 짧은 휴가 좀 다녀게요.


아침부터 전쟁처럼 여기저기에서 치여서 정말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고 확 그냥 훌쩍 휴가나 반차라도 쓰고 싶을 때, 나는 나와의 약속을 잡고 잠시 점심시간 휴가를 다녀온다. 내게 힐링을 주는 장소가 몇 군데 있는데, 하나는 전통시장에 가서 활기찬 시장의 에너지와 사람 사는 세상의 기운을 받고, 꽃 가게에 들러 계절감과 생명력을 느끼는 것이다. 나를 위한 꽃 몇 송이에 무한한 기쁨을 느끼고 책상에 예쁘게 꽂아두는 순간, 이미 오전의 스트레스는 희미해져 가는 듯하다. 두 번째는 근처의 도서관에 가서 그간 읽지 못했던 것들에게 온전히 잠시라도 집중하는 시간을 갖거나, 계속 궁금했지만 돈 주고 사기 아까운 책을 잔뜩 대출해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학창 시절 내게 가장 큰 에너지를 주던 곳은 도서관이었다. 가서 사실은 별 대단한 것 하지 않지만, 뭔가 내가 잠시 지성인이라도 된  스스로를 속이는 허영심은 내게 여전히 유효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직장인들의 평일 휴가 로망인 카페에서 차 한잔 두고 햇살 아래 책 읽기도 사실 마음만 먹으면 휴가를 내지 않고도 할 수 있는 것이었다. 가끔 나와의 약속을 잡고 내게 주는 한 시간의 휴가를 다녀오면 다시 리프레시되는 기분이 든다.


3. 자기 소진이 아닌 자기 계발도 합니다.


작년 이맘때 나는 중국어 까막눈 귀머거리였다. 개인적으로 추가 시간을 내어 별도 공부는 거의 못했지만, 점심시간 사내 어학 특강을 통해 10개월째 중국어를 배우고 있는 나는 연말에 몇 급이 되든 자격증 시험을 한 번 볼 생각이다. 굳이 학원을 오가는 시간도 필요 없이 강사를 사내 초해서 학원비도 50%나 지원해 준다는데도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신청하지 않았다. 최소 개강 정원 10명을 채우지 못해 이번에도 강의 개설조차 안될 상황이 올 듯하여, 사내 동료들에게 영업하여 개인기로 정원의 80%을 채움으로써 주변 사람들과 함께 시작한 중국어가 벌써 일 년 가까이 되었다. 내가 배워왔던 라틴계열 언어들에 비해 너무도 큰 차이가 있는 중국어는 내게 또 다른 세상과 문화에 눈을 뜨게 해 주었다. 지난 1년의 회사생활, 일도 하고 경력도 쌓으면서 딱히 큰 시간 내지 않고 중국어 문맹이었던 나를 아주 조금은 덜 무식하게 만들어 주었다. 조금씩 어떤 면에서든 성장하고 있다는 느낌에 잠시 집중해보면, 스트레스로 지친 마음도 약간 느슨해지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것은 전적으로 나의 기준에서, '나'를 기쁘게 하는 방법이고, 특히 단순한 스타일인 내게는 짧은 점심시간을 활용해도 그 효과는 꽤 큰 편이다. 팀의 친한 아저씨 하나도 마인드 컨트롤을 잘하시는 편인데, 그분의 에너지 충전 비법은 점심시간 회사 근처 호텔 사우나에서 혼자만의 힐링 타임을 보내고 온다고 살짝 공를 해 주었다. (여자들은 1시간이면 화장 지우고 사우나에 씻고 말리고 화장하고 도저히 충분하지 않을 것 같아 아쉽다.) 다른 사람들은 어떠한 방법으로 각자 회사 생활의 숨구멍을 만들고 있을까? 많은 비법들이 공유되어 더 많은 사람들이 숨 쉬면서 사회생활을 더 즐겁게 하게 되면 좋겠다. 그렇게 회사 생활이라는 와중에 개인 생활이 전혀 없을 것 같지만, 또 막상 그렇지 않을 수도 있더라는 것을, 직장생활에 지친 숨구멍을 찾고 있을 누군가를 위해 나누고픈 마음에 끄적여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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