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의 몸에는 항상성이라는 것이 있는데 급격하게 살이 찌는 것도 급격하게 살이 빠지는 것도 좋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너무 급격하게 살이 찌게 되면 살이 트게 되고, 평생 겪어보지 못한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여 급격히 관절이 나빠지기도 한다. 반대로, 쪘던 살을 급격히 빼게 되어도 그 역시 급격하게 쪘을 때와 마찬가지로 반대의 부작용이 알게 모르게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단기간에 바짝 살을 뺄 경우 세포가 급격히 쪼그라들어서 탄력 소실이 있을 것이고, 억지로 급히 빼는 경우 몸이 기존에 이미 익숙해졌던 균형점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반작용 때문에 요요가 오기도 더 쉬울 것이라 생각했다. 사춘기 이래 거의 반평생을 꽤 비슷하게 유지하던 몸무게를 뒤로하고, 나 역시 임신기간에 15킬로가량이 급격히 찌는 경험을 했었다. 하지만 임신 출산이 살찐 것의 면죄부는 아니라고 생각하기에, 최대한 건강을 고려하여 산후에 주당 1킬로씩을 타깃 하여 스트레스받지 않고 서서히 살을 빼기 위해 하기와 같은 것들을 신경 썼고, 결국 5개월이 채 되기 전에 이전 몸무게로 회복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기간 전체를 통틀어먹고 싶은 것들을 전부 다 먹었다. 다만 식사 주기와 양과 같은 것에만 조금 신경을 썼는데 이 정도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유용한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공유해 본다.
0. 절대로 굶지 않기
산후 100일 정도까지 탈모 수준으로 머리가 많이 빠진다는 것을 당연한 수순인 듯 많이 들었는데,나는 다행히 당시 그런 것을 크게 겪지 않고 넘어갔었다. 돌이켜보면 주요 이유중 하나는 그 기간 덜먹거나급진적 다이어트로 영양이 급격하게 부족할 일이 없었기 때문인 것 같다. 주변에 출산 후 굶어가며 독하게 살을 뺀 산모와 육아가 힘들어 못 챙겨 먹고 살이 급격히 빠진 산모가 있었는데, 그녀들은 머리를 심어야 하나 걱정할 정도로 머리 빠짐이 심했다. 역시나 조금만 검색해봐도 '다이어트'와 '탈모'는 연관 검색어로 세트처럼 많이 따라다녔다. 즉, 애를 낳았다고 100일 전후면 모두 머리숱이 급감하는 것이라기보다는, 물론 호르몬의 변화 등의 요인도 있겠지만, 그 외에도 본인 스스로는 챙기지 못하는 환경, 급진적인 다이어트 등 일시적이고 극적인 영양분 공급량 감소가 있다면 출산과 무관하더라도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이다. 빨리 살을 빼고 싶겠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건강하게 회복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건강과 몸무게의 회복이 우선, 그다음에 다시 근육 만들고 몸매 관리 모드로 들어가는 것이 맞는 것 같다.
1. 간헐적 단식, 공복시간 12시간 이상 유지
간헐적 단식은 극단적으로만 하지 않는다면 매우 효율적인 다이어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공복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동안 나쁜 백색 지방이 갈색 지방으로 바뀌고 그 사이 장내 유익한 박테리아가 형성된다고 하는데, 실제로 간헐적 단식을 실천하면서부터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마다 일정한 시간에 변비 없이 화장실을 잘 가게 되었다. 한때 간헐적 단식이 한창 유행할 때에 일주일에 며칠 식사를 하고 며칠은 아예 굶거나, 하루 중 8시간 동안만 먹고 나머지 시간은 계속 굶거나 하는 방법이 트렌드였던 적이 있었는데 굳이 그렇게까지도 할 것이 없다. 약간은 소프트하고 훨씬 실천하기도 쉬운 하루 중 12~14시간 정도만 공복시간을 매일 유지해도 나는 충분한 효과를 보았다. 실제로 의학적으로도 12시간 이상만 공복을 하면 간에 글리코겐으로 저장된 포도당이 분해되어 지방산을 케톤으로 변화시켜 에너지로 쓴다고 하며, 이 과정에서 뇌의 인지 기능을 향상시키는 부수적 효과까지 생긴다고 한다. 대신 그 시간을 버티기 위해서 전날 저녁은 반드시 단백질 중심으로 그득하게 먹었다.
2. 탄수화물은 약간 아쉬운 듯이
대부분 여자들의 적인 탄수화물은 아예 끊었다가 다시 폭식하는 것이 제일 안 좋다고 생각했다. 나는 대신 원하는 것을 다 먹으면서 양과 질만 살짝 조정해 주었다. 내가 아침에 꼭 먹어야 하는 토스트는 밀가루 대신 쌀빵으로, 기존에는 한 번에 두 조각씩 먹었다면 이젠 대신 한 조각으로 줄이고 대신 버터나 크림치즈, 피넛버터 등 스프레드의 양을 늘려서 포만감을 높였다. 저녁에는 맛있는 고기나 생선으로 단백질을 메인으로 하고, 밥은 현미가 절반이 되도록 짓고 양도 30% 정도는 줄이되 반찬을 조금 더 먹었다. 그리고 당이 들어가 있는 간식은 하루에 한 번 먹었다면 이틀에 한 번으로 줄이고, 점심으로 샐러드는 매일 먹지는 못하겠고, 일주일에 1~2일에 한 번은 먹도록 성의를(?) 보였는데, 사실 이런 날은 수유하고 육아하고 나면 결국 오후에 심한 허기가 져서 그득한 간식을 먹게 되어 길게는 안 했다. 그리고 인간적으로 소울 푸드들, 떡볶이, 피자, 라면 등도 주말에 남편과 함께 한 번씩 먹었다. 한 달에 두세 번씩 그런 것을 먹어도 기본적인 것들을 지키고 있었다면 살 빼는 데는 지장 없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3. 부족한 듯한 영양은 반드시 추가 보충
출산하고 모유 수유까지 집중적으로 하면 나중에 골다공증이 걸릴 확률이 올라가기에, 칼슘을 최대한 보충하도록 신경 썼다. 아침마다 매일 요거트를 섭취하고, 커피 자체가 골감소를 심화시키는 성질이 있기에 커피를 마실 때에는 반드시 아메리카노 아닌 라떼로 마셨다. 그리고 하루에 한 끼는 반찬으로 멸치를 꼭 빠뜨리지 않도록 챙겼다. 그러고도 손톱이 갈라지거나 칼슘 부족 전조증상이 보이면 바로 칼슘제를 추가로 섭취하였다. 칼슘제는 철분제와 함께 먹으면 흡수가 저하되므로 다른 종합비타민제와 시간 간격을 두고 섭취했으며, 지방질과 먹으면 흡수력이 올라가므로 되도록 지방질 가득한 식후에 먹었다. 반면 철분은 비타민C와 먹었을 때 흡수율이 극대화되므로 종합 영양제는 식후 과일 먹고 주로 먹었으며, 반면 칼슘은 흡수를 방해하므로 유제품 섭취 전후에는 피했다.
4. 운동은 짧은 스트레칭이라도 반드시
아기를 보러 오신 시부모님이 집에 머물고 있을 때조차 운동은 빠뜨리지 않았다. 모두가 다 자는 새벽에 거실에 나와서, 혹은 남편과 아기가 자고 있는 옆에서 불 꺼놓고 스트레칭 풀코스 하기도 하였다. 백일 전까지는 골반 회복, 어깨 결림 푸는 운동을 매일 했고, 120일경부터는 상체 근력 운동과 복직근 이개 회복 운동을 추가하였다. 운동 역시 급격히 하기보다는 단계적으로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여 출산 전의 역방향으로 진행하였다. 상체 근력 운동을 아령 1kg에서 3kg로 급격히 올린 적도 있었는데 전직 운동선수이자 재활 치료사인 산후 테라피스트에게 얘기했더니 산후 6개월까지는 그래도 관절이나 근육에 무리가 많이 가지 않도록 조심하는 게 좋다는 얘기를 듣고 다시 1kg으로 내리기도 하였다. 대신 필라테스 흉식 호흡을 추가하여 코어 근육을 단련하고 있다. (전부 유튜브 홈트로) 코어 집중 운동을 지금 바로 하면 오히려 복직근 이개가 심화될 수 있다 하여 최대한 호흡으로 내실을 다진 후에 넘어가는 게 좋다고 한다.
결국 현재는 기존 몸무게에서 임신 전에 찌웠던 살마저 다 빠져 완전히 기존의 몸무게로 돌아왔다. 완모로 가는 데다 아기는 급격히 더 커서 필요한 젖양은 늘어가는데 살이 빠지니 오히려 젖양이 줄어 아기가 배고파하기도 했고, 매일 1L 이상의 젖을 생성하고 배출하려면 기존 체중 이상의 버퍼가 필요한 것이 느껴지기 때문에 다시 1~2킬로 더 찌우고픈 마음도 있는데, 빼는 것만큼 다시 찌우는 것도 쉽지는 않다. 실제로 모유는 적혈구만 없는 혈액과 거의 같은 성분으로, 매일 1리터 이상의 헌혈(이라 쓰고 수유라 읽는다)을 하려면 약간은 여유로운 체급인 상태가 건강을 유지하기에 더 나을 것으로 판단이 되어 조금씩 칼로리를 더 섭취하려 한다. 재택근무든 재택 육아든 집에만 있으면 해이해져 식사 조절이 더 힘들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반대로 외부 약속이나 단체 식사 등이 없기에 메뉴나 식사 시간 등을 전적으로 내 의지대로 조절하기가 더 쉬운 타이밍이라고 받아들일 수도 있다. 급격하게 살을 빼는 것이 드라마틱해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만큼 단기간의 고통이 수반되고 지속되기도 어려우니 조금 길게 잡고 서서히 목표로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