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가 태어나기 전에 다들 세탁조 청소 한 번쯤은 하고, 아기 빨래를 처음 하게 되면서 여러 가지 것들에 신경을 많이 쓰게 된다. 나도 아기 옷은 막연히 무조건 한 번씩은 삶아야 하나 의문이 들었던 때가 있었고, 손수건마저 각 잡히게 접어 다림질까지 하는 것까지도 보았는데 결론적으로 한 번도 굳이 그렇게 안 해도 탈은 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은 주어진 시간과 에너지라는 한정적인 자원의 분배 문제이므로 완벽한 아기 옷 세탁에 힘 빼기보다는 그 에너지를 아껴 나의 몸조리와 회복에 더 힘을 쏟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에 변함없으며 그랬기에 산후 초반부터 운동도 하고 글도 쓰고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내가 생각했던 포인트들은 다음과 같다.
1. 분리 세탁은 딱 한 가지 원칙만 지킨다.
아기 관련 빨래는 모아서 다른 빨래와 별도로 한다. 그 외의 분리 세탁은 어떤 것도 하지 않는다. 옷의 태그를 보면 무슨 단독 세탁, 중성 세제, 손빨래 등등 뭐가 엄청 다양하다. 그런 것들은 다 깡그리 무시하고 그냥 아기 빨래면 한 번에 세탁기에서 "온수"로 돌려준다. 무슨 밤부 소재, 레이온 이런 것들은 첫판에 쭈글탱이가 되어서 나올 것이다. 괜찮다. 어차피 쓰다 보면 쭈글어질 것이고 제 기능(부드럽고 시원하게 닦이거나 입힐 수 있다는)만 충실히 하는데 지장이 없다. 쭈글거리고 각이 맞춰질 수 없는 모양새는 맨날 보는 나만 참으면 된다. 그리고 굳이 아기 전용 세제 같은 것은 따로 찾지 않고 최대한 저자극 무향으로 아기 옷'도' 빨아도 지장 없는 세제로 전체를 통일한다. 어차피 아기를 안게 되므로 어른 옷 역시 아기가 먹게 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2. 굳이 손빨래나 삶기는 결코 하지 않는다.
안 그래도 한없이 아낀다고 해도 아기를 돌보면서 성치 않은 상태에서 축나고 있을 내 팔목, 손가락 관절을 빨래 따위에 더 혹사시키는 것이 결과적으로 빨래의 만족감과 비교 시 득 보다 실이 더 크다. 또한 혼자서 손빨래하고 있는 시간을 차라리 아기 보는 데 할애하는 것이 더 낫기도 해다. 오줌이나 응가로 너무 더럽거나 젖비린내로 냄새가 심할 경우 그 부위만 향기가 좋은 아기 세탁 빨랫비누를 미리 잔뜩 발라 둔다. 그리고 힘쓰는 일은 나중에 세탁기가 온수에서 잘하도록 내버려 둔다. 너무 오염이 심한 경우 티포트에 100도씨 물 끓여서 비누칠 한 부분에 미리 한 번 부어 준다. 신생아 옷이라고 통째로 100도씨에서팔팔 끓이지 않았다고 해서, 냄새가 좀 나거나 얼룩이 묻어 있다고 큰일 나지 않는다. 어차피 완벽하게 만들어도 금방 다시 그렇게 될 거고.
3. 한 짝이 보이지 않아도 굳이 시간 들여 찾지 않는다.
아기 양말이나 손 싸개 등은 워낙 크기도 작아서 빨래하고 정리하고 쓰고 하다 보면 꼭 한 짝이 어디론가 사라지고 안 보인다. 이 경우에도 절대로 그 작은 것을 하나 찾기 위해서 시간 낭비하지 않는다. (당장 절실히 필요한데 대체 가능한 재고가 없는 경우 제외.)굳이 찾지 않아도 어디선가 언젠가는 나중에 나오기 마련이다. 짝짝이로 좀 신겨도 어디 덧나지 않는다. 역시 마찬가지로 나만 참으면 된다. 그것을 찾을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해서 홈트로 어깨 스트레칭이라도 한 번 더 해주고 얼굴 팩이라도 한 번 더 하자.
4. 분리 세탁을 하려거든 가격 순이 아니라 오가닉 vs 비 오가닉으로 하자.
나는 아기 옷에 비싼 메이커보다는 재질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라 비싼 옷은 산 적이 없지만 형광증백제를 빨게 하고 싶지는 않아서 형광증백제 검사기는 구매했었다. 그래서 선물 받은 이것저것들을 검사해보면서 충격적으로 알게 된 것이, 비싼 메이커일수록 형광증백제가 너무 심하게 포함되어 있었다. 폴로ㆍ랄프로렌 등 미국산 고급 브랜드라는 것들은 형광물질 수치가 최다치였고, 심지어 미국에서 사 왔다는 메이커 턱받이도 최고 수준의 형광물질이 포함되어 있었다. 반면 내가 가성비 좋게 골랐던 오가닉 제품들은 반신반의했으나 검사 결과 흰색 계열이었음에도 형광물질이 검출되지 않았다. 세탁망으로 분리 세탁을 하려거든 비싼 것들 아끼기 위한 목적으로 할 것이 아니라 오가닉 제품을 최대한 덜 오염시키기 위해 분리하는 것이 낫다. 해보니 형광물질은 무형광 섬유를 너무도 쉽게 이염시킨다.
우리는 아기에 관한 것이라면 유난히 오버스럽게 이래야 하고 저래야 할 것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최대한 좋은 것을 해주고 싶은 것이 부모의 마음이라지만, 이미 기본적인 것만 하더라도 엄청난 물리적 시간이 소요되는 과업들이 산적해있는데, 모든 부문에서 기준을 높게 가져가니 더 피곤하고 지치는 것이라 생각된다. 어차피 큰 문제 생기는 수준의 것들이 아니라면 어떻게든 아이는 마찬가지로 클 것이다. 굳이 돌이켜보면 큰 차이도 없을 것들 때문에 내가 찌들고 힘들었던 기억을 더 가지는 것보다는, 뭐든 적당히 하고 내 에너지를 아껴서단 1분이라도더 아기의 이쁨을 만끽하거나 나 자신을 돌보는 여유를 더 가지는 것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