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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투명물고기 Oct 29. 2020

아기 보면서, 또 아기와 함께 운동하기

아기도 운동도 삶의 일부니까

운동은 산후조리에 있어서도, 장기전으로 가게 될 육아에 있어서도 정말 중요하다. '완벽한 산후조리의 비밀'은 '산욕기에 최대한 신체를 쓰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산전에도 산후에도 적절한 운동을 생활화하여 '급격한 육아 자체가 신체에 엄청난 부담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몸의 강도를 자연스럽게 올리는 데'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평생 운동량이 많은 외국인들이나 한국인이어도 운동을 전공한 사람들은 보니 유별난 산후조리가 크게 필요하지 않았다. 나도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산후 3개월을 지나 산후조리의 마지노선이라는 만 6개월을 지나고 나니 완벽히 일반인(임신 전)의 몸이라는 것이 느껴진다. 초보맘으로 좌충우돌 육아도 바쁜데 어떻게 처음부터 조금씩이라도 운동을 할 수 있었는지를 공유해본다.



1. 따로 완벽한 시간을 내기보다 '틈틈이'


육아라는 과업은 연속적인 일보다는 분절된 짧은 단위의 일들이 반복 재생되며 돌아가기 때문에, 그 사이사이 틈틈이 운동을 해내겠다는 의지를 가지는 것이 우선 가장 중요하다. 운동을 방해받지 않는 완벽한 상황에서 연속적으로 길게 하려면 물론 어려우므로 애초에 그런 원대한 목표를 세우지 않는다. 대신 짧게짧게 할 수 있는 운동의 영상 리스트를 미리 많이 확보해두자. 우리에겐 각종 길이의 영상들이 넘쳐나는 수없이 많은 유튜브 영상이 있지 않은가? 짧은 재생목록들을 확보해두고 짬짬이 하고자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해낼 수 있다. 혹시라도 영상 하나를 다 못하고 중간에 끊겼더라도 실망하지 않는다. 다음 타임에 이어서 해도 되고, 새로운 기분으로 다른 영상을 또 일부 해도 상관없다.


2. '아기를 보는' 시간에


100일 이전 아기가 누워서 버둥거리거나 모빌을 한없이 쳐다볼 때, 혹은 낮잠을 잘 때 나는 주로 그 옆에서 골반 스트레칭 코스를 많이 했었다. 100일 정도만 되어도 아기는 알록달록 형형색색의 인위적인 장난감보다, 실제 사람들의 움직임, 커다란 동작 등에 훨씬 더 관심이 많아진다. 그래서 이때부터 일부러 낮잠을 자는 시간이 아니라 깨어있을 때에, 보여주기 위해 더 열심히 과장된 표정을 지어가며 마치 1인 관객을 위한 공연을 하는 듯 운동을 한다. 내가 화려한 색의 아령을 들었다 놨다 하거나, 커다랗고 씩씩한 동작을 할 때마다 아기는 신기하게 바라보거나 종종 까르르 웃으며 적극적인 관람객이 되어준다. 이제 사물을 잡고 걸어 다니는 지금의 시기에도 그 뒤에서 오버해서 심호흡 소리를 크게 내면서 스트레칭 겸 잡기 놀이를 하면 깔깔깔 넘어간다.


3. '아기와 함께'하는 운동을 루틴화


일부의 운동은 아기와 '함께' 할 수 있는 동작들도 있어서 나는 그것들은 정규 프로그램화하여 매일 한 타임 이상씩 해준다. 너무 어려 흐물거릴 때는 말고, 어느 정도 허리에 꼿꼿이 힘이 들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 매일 한 타임씩 해 주는 것으로 정하였는데, 아기를 다리 위에 올리고 "떴다 떴다 비행기~"노래를 불러주면서 1) 레그 레이즈 및 양쪽으로 다리 움직이며 허리 운동, 2) 배 위에 올리고 브릿지 3) 짐볼 위에 같이 타고 짐볼 콩콩이를 한다. 특히 짐볼 운동은 내게는 관절에 무리를 최대한 덜 주는 효과적인 유산소 운동인 동시에, 낮잠으로 졸리려고 하는 아기를 10분 내로 거의 잠들게 만드는 마법의 운동이다. 아기는 딱딱한 플라스틱 장난감보다 확실히 사람과의 신체 접촉을 훨씬 더 좋아하여 6개월이 되면서부터 아빠만 보면 양팔을 내밀면서 항상 안아달라는 동작을 하는 지경이라, 늘 나와 같이 운동하는 시간을 즐기는 것이 느껴진다.



솔직히 고백하건대, 나의 운동량은 아기가 만 6개월이 지나면서부터 조금 느슨해진 것이 사실이다. 매일 하던 운동이 이제는 2-3일에 한 번 이하로 줄었으니 말이다. 그 이유의 첫 번째로는 산후조리가 완전히 끝나고 몸의 불편함이 거의 없어져 나태해진 것이 가장 큰 것 같고, 두 번째로는 아기의 엄청난 운동 반경으로 인해 잡으러 다니는 시간, 이유식을 연구하고 만들고 준비하고 뒤처리를 하는 시간, 책 읽어주는 시간 등 절대적으로 물리적 여유가 더 없어진 것도 사실이다. 즉 그 말인즉슨, 출산 후 6개월 이전부터 시간이 없다고 아기 보면서 운동하는 습관을 들이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 처음으로 시작하기란 어쩌면 더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말이다. 어차피 완벽한 때란 없다. 지금 당장 조금씩이라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오늘이 남은 우리 인생의 가장 젊은 날이자, 뭔가를 시작하기에 가장 빠른 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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