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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행복주워담기 Oct 29. 2020

혼자가 편해

어떻게 도와줘야 할까?

다행히 아이가 오늘은 아침에는 '학교 가기 싫다'는 말없이 학교를 갔다. 

올해 코로나로 인해 아이들의 학교 수업은 시작부터가 삐걱댔다. 일주일에 한 번, 혹은 두 번, 또 몇 주는 등교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한 학기가 지나갔고, 홀수 등교, 짝수 등교로 같은 반 친구가 누구인지조차 모르는

이상한 학교 생활을 했다. 처음에 온라인 수업 때는 그저 EBS 방송만 듣다가 교과 과정에 맞게 선생님이 여기서 조금, 저기서 조금 가져다 놓은 동영상 콘텐츠를 보고, 문제 몇 개 풀면 그만이었다. 학기 중반쯤이 되어서야 당일 수업받은 것에 대한 노트 필기가 시작이 됐고, 아이들은 처음엔 투덜댔으나 곧 적응해나갔다. 등교한 날, 수업 한 시간이 부족했기에 2주도 채 되지 않는 방학을 맞이 했고, 온라인 수업만 없을 뿐 똑같은 나날이 이어진 방학 같지 않은 방학을 보내고 2학기가 시작이 됐다. 다행인 건 올해 안에 그나마 이틀, 삼일 간격으로 학교에 등교해 운동장에서 뛰어다니며 체육 수업도 하고, 초빙된 국악 선생님이 오셔서 장구도 치고, 제대로 된 학교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학교 생활이 버거운 아이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아이 중 하나가 바로 우리 아이이다. 


 6살부터였을까? 아이는 더 내성적이고, 소극적으로 변했다. 원래도 적극적인 아이는 아니었지만 발을 다치고, 꿰매고, 2달간 깁스를 하면서부터 움직임이 적어졌고, 집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그때부터 살이 통통하게 쪘던 것 같다. 물론 키도 쑥쑥 자랐다. 그래서 초등학교 입학 무렵에는 2학년은 되어 보이는 외모였으나 아이의 마음은 아직 유치원생처럼 야리야리했다. 다행히 큰 아이처럼 학교에 가기 싫다며 아침부터 우는 일도, 학교에 가서 배가 아프다며 데리러 오라는 전화도 하지는 않았다. 다만 정말 조용하고, 가만히 있는 아이인지라 학교에서 다치고 아팠는데도 선생님조차 잘 모르고 계셔서 속상했던 적도 있었다. 학교에 봉사를 하러 갔다가 가끔 아이 교실을 살펴보면 친구들과 놀기보다는 아이들이 어떻게 노는지 관찰을 하는 아이의 모습이 짠하기도 하고, 마음이 아프기도 했다. 하지만 엄마로서 그런 아이를 도와줄 수 있는 특별한 방법은 없었다. 조금 친하게 지내는 친구들을 집에 초대를 해보기도 했고, 혼자 집에 오는 것이 외로울까 봐 아파트 입구에서 같이 와주기도 했다. 하지만 아이의 친구 관계에 대해서는 아직도 특별한 해결책을 못 찾고 있다. 


 앞에서도 이야기했지만 큰 아이는 학교 입학을 한 후 한 달은 자기 전에 "학교 가기 싫어."라며 매일을 울었고, 학교에서도 배가 아프다며 담임선생님이 몇 번을 조퇴를 시키셨다. 지금 와서 그때 왜 그랬냐고 하면 자기도 모르겠다고 하는데 그만큼 학교생활이라는 것의 시작이 아이에게는 부담이었던 것 같다. 그랬던 아이가 지금은 친구들과도 잘 어울리고 전학 온 친구에게도 먼저 가서 말을 붙일 정도로 활달해졌다. 그런데 입학 때도 전혀 걱정도 되지 않던 둘째가 요즘 들어서는 많이 걱정스럽다. 얼마 전에도 학교에서 어떤 친구가 "너 얼굴 되게 이상하게 생겼다."라고 해서 많이 속상했는데 그 이야기를 꾹꾹 눌러 담고 있다가 큰아이와 이야기를 하는 사이에 갑자기 울음보가 터져서는 꺼내놓았다. 그런 이야기는 엄마에게 제일 먼저 해주지 그랬냐고 했더니 엄마가 들으면 속상할까 봐 그랬단다.  어찌나 서럽게 울면서 이야기를 하는지 나보다도 더 큰 덩치의 아이를 끌어안고 쓰다듬어주며 한참을 그렇게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침, 운동을 다녀오다가  학교 앞을 지나오는데 체육수업을 하고 있는 아이가 눈에 들어왔다. 둘, 혹은 셋 끼리끼리 모여 있는 아이들 사이로 혼자서 여기저기 구경을 하는 우리 딸, 종이 울리고 실내화를 갈아 신고 올라갈 때조차 혼자인 모습에 마음이 쓰렸다. 큰아이가 한 동안 문제였으나 지금은 잘 극복한 것처럼 작은 아이도 그런 시기이고, 잘 헤쳐나가겠지 싶었는데 과연 그 생각이 맞았는지, 아이를 위해 해 줄 수 있는 게 없으니 부모로서 답답하기만 하다. 


 '엄마! 난 왜 친구들이 놀자고 하면 놀고 싶기도 하지만 그렇지 않기도 한 걸까?'

 같이 학원에서 수업을 받는 친구가 몇 번을 놀자고 전화가 오는데 그때마다 거절을 하던 아이가 나에게 물었다. 같이 놀다 보면 그 마음이 바뀌지 않겠냐고 했으나 아이는 시도조차 힘들어했다. 아이는 대부분의 혼자 있는 시간을 동영상을 보거나 만화 그림을 그리는 데 사용을 한다. 아이마다 자신을 표현하는 방법이 다르 듯이 우리 아이는 만화로라도 마음을 많이 표현하지 않을까 싶어 미술학원에 등록을 했다. 전에도 큰아이와 함께 미술은 다녔지만 그리기를 좋아했으나 미술학원은 별로 좋아하지 않았는데 그 이유가 지금 생각해보니 선생님과 전혀 편하지 않았던 시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네 미술학원에 다닌 지 3개월이 지난 지금도 미술학원에서는 입을 떼는 일이 별로 없나 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집에 와서 선생님이 하셨던 이야기도 잘하고, 이제야 미술을 제대로 배운다는 생각이 든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미술학원 선생님께 전화를 해서는 아이의 속 마음을 전하며 세심하게 봐주십사 부탁을 드렸다. 


 요즘 큰 아이는 중학교 배정 때문에 가져오라는 서류도 많고, 약간 들떠 있는 상태이다. 하지만 집 앞 중학교가 중증장애인을 위한 학교로 배정이 된다는 얘기가 나오니 그러면 그 학교는 다니고 싶지 않다며 학원 친구들이 많은 동네로 이사를 가자고 한다. 그 이야기에 남편 역시 이사 이야기를 꺼내지만 나는 둘째가 걸린다. 그나마 마음에 맞는 미술학원도 생겼고, 그래도 이곳 아이들이 아는 아이들이고, 마음도 편하니 초등학교 때까지만이라도 이 동네에 살면 안 되냐는 아이. 관계가 어려운 아이인데 이사마저 가버리면 더 힘들어지지 않을까 싶다. 나 역시도 오래된 아파트에 학습 분위기를 보면 그다지 만족스럽지 않은 곳이라 올해 이사를 계획했으나 둘째를 생각해서 잠시 접어두려고 한다. 큰아이가 투덜대겠지만 가족이니까 우리가 서로 이해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고 달래볼 생각이다. 


그러나 저러나 '혼자가 편하다'는 아이. 학년이 올라갈수록 괜찮을까 걱정인데 어떻게 도와주면 좋을까?

깊어지는 가을만큼 고민도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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