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모든 것에 긍정의 의미를 부여하기로 했다.
매일 아침 7시 5분 전, 큰 아이 방에서 알람이 울린다. 알람이 두 번, 세 번 울려도 꿈쩍도 하지 않던 딸이었다. 그랬던 아이가 스스로 알람을 끄고 일어나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고 책상에 앉는다. 오늘로 4일째, 작심삼일의 기간도 지났다. 누가 시켜서 하는 일도 아니고, 스스로 하고 있는 자체가 놀랍다.
그런데...
그런데...
이렇게 일찍 일어나서 아이가 하는 일은 바로 넷플릭스 보기!
처음으로 일찍 일어나기 전 날,
"엄마! 나 내일 일찍 일어나려고 알람 맞춰놨는데 절대 끄지 마세요."
"응"
대답은 짧게 했으나
'알았으니 제발 좀 일어나서 직접 꺼주기만 해라'
속으로 한마디를 더했다. 요즘 나는 말을 잘 삼키는 중이다.
나의 관심과 걱정의 말들이 아이에게 전해지면 그저 엄마 잔소리로 입력되니까. 그냥 최대한 대답은 짧게 그 후에 하고 싶은 말은 입을 다물고 머릿속으로 꺼내어 가슴에 묻고 있다.
아! 요즘 나의 부정맥 증세가 유난히 심하게 느껴지는 게 어쩌면 이렇게 삼켜버린 말들로 인한 화병일지도 모르겠다.
매일 아침 넷플릭스를 보며 한 시간 가량 자유 시간을 즐기는 딸에게 예전의 나라면
"아니,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학습지도 미리 하고, 공부도 좀 미리 하고, 넷플릭스 같은 건 오후에 보면 좋지 않을까?"
했겠으나, 지금은 아이의 자아가 크는 중이고, 본인 스스로 하루 시간을 선택해서 꾸려 나가고 있으며, 그렇다고 할 일을 크게 미뤄놓지 않고 있으니 그냥 놔두기로 했다. 버릇이 없는 행동을 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거나 크게 사회에 잘못된 행동을 하는 게 아닌 이상은 내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그냥 놔두기로 했다. 그때만 옆집 아이인 냥, 그리고 정 그렇게 생각이 되지 않을 때에는
'나는 나, 너는 너'
로 인정하고, 받아들이기로 했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계속해서 그렇게 생각하려고 노력 중이다.
날마다 넷플릭스로 행복감을 얻고 시작하는 너의 하루, <크리스마스 연대기 1,2>에 이어 오늘은 영화 <마션>을 보는 중인데 영화 <인터스텔라>보다 더 재미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영화 <마션>을 봤었던가?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래도 <마션>을 다시 한번 봐야 하나보다.
요즘 아이를 볼 때마다 밭에다 여러 종류의 씨앗을 섞어서 뿌려 놓았는데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물만 열심히 주는 농부가 된 기분이 든다.
여기서 조금 싹이 나오면
‘이건 당근이었던가?’
또 저기서 또 다른 모양의 싹이 올라오면
‘아! 이건 토마토였구나? 그런데 매일 똑같이 물을 주는 데도 이쪽 밭은 뭘 뿌려 놨기에 이렇게 감감무소식일까?’
하며 좀 더 그 자리를 주시하게 된다.
사춘기. 그냥 아이의 지금 이 시기에 모든 것에 긍정의 의미를 부여하기로 한다.
스스로 일찍 일어나 하루를 구축하니 나름 자기 주도 학습이라고 좋게 생각해본다.
넷플릭스에서 이상하고 보지 말아야 할 내용을 보는 게 아니니 1시간의 여유 있는 휴식과 취미생활 속에서도 아이에게 남는 게 있을 거라 여기면서...
너라는 넓디넓은 밭에는 무한의 가능성이 있으니 그 많은 가능성 안에서 너만의 무엇을 찾아 나아가기를 지켜본다. 그렇게 오늘도 한 발 더 뒤로 물러나 좀 더 멀리서 바라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