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는 것이 과연 나의 길이 맞을까?
8월 31일. 도전했던 공모전 발표일이었다. 생각해보니 언 1년 간 새로운 이야기도 쓰지 못하며, 동시에 어느 하나에 집중할 수도 없었다. 아주 오래 전, 졸업 후에 글을 쓰지 않는 선배에게 왜 글을 쓰지 않는지 물었다.
'감을 잃어버려서 그것도 힘들어.'
선배의 소소한 일상들을 적은 글은 읽는 사람 누구나 공감이 가는 그런 글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분야의 글들은 날마다 노력하며 쓰지 않으면 감각을 잃는다는 이야기였던 것 같다. 이제서야 그 말의 의미가 무엇인지 와 닿는다.
충분한 글을 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함은 나의 게으름을 탓해야하는지? 아니면 산만함을 탓해야하는지?이유 없는 자책감 마져 들기도 했다. 나와의 약속을 깨버리고, 자꾸 다른 곳으로 눈을 돌리는 내 자신을 돌아보면서 과연 글을 쓰는 일이 나의 길이 맞는 것일까? 이 분야는 나의 길이 아닌 데 자꾸 그곳을 향해 가고 있었던 건 아닌지? 스스로 몇 번이고 되묻고 있다.
점심을 먹는데 아이는 이 출판사에서 엄마의 책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이야기를 했다. 딸 아이는 요즘 친구와 책을 교환해서 읽는 재미에 빠져있다. 엄마가 글을 쓴다고 이야기한지가 벌써 오래전이고, 언젠가 엄마의 책도 나오지 않을까 기대를 져버리지 않고 있는 딸들이다. 그런데 딸들의 기대와는 한참 먼 곳에서 난 허우적 거리고 있다. 과연 이 길이 맞는 건지 그 뿌리부터 다시 들여다보고 있는 중이라고 차마 입이 떨어지지가 않는다.
거듭되는 실패와 다시 일어나는 모습을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아이들 역시 그러한 상황에서 일어설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교육학자들은 말한다. 그런데 매번 넘어졌다가 다시 일어나는 일이 부끄럽고, 창피하고, 아프고, 힘이 든다. 넘어질 때마다 힘이 빠지고, 다시 넘어지고 싶지 않아 주저 앉아 있고 싶기도 하다. 회복탄력성이 0인 상태가 되어 버렸나보다.
전문가가 아니니 피나는 훈련과 노력이 필요한데 그마저 하지도 않고, 앙탈만 부리고 있다고 분명 나를 아는 누군가라면 따끔하게 이야기를 할 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주저 앉아 있기만 할 것인가, 다시 나아갈 것인가에 따라 결말이 달라질 거라고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으리라. 아무래도 오늘은 글을 써보겠다고 마음 먹었던 첫마음을 돌아보며, 미련과 후회가 이길지? 내 안에 꺼지지 않았던 열정이 있는지? 잘 살펴보는 하루를 보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