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이밍?>

세계일주를 꿈꾸는 편의점 점주 신입 1년 차의 관찰일기



평일 낮시간이었다.

처음 보는 남자 손님이 들어왔다.


이 편의점은 단지 안에 있기 때문에 유동인구가 많지 않다. 10명 중 9명은 단지 사람이거나, 택배기사님들이다. 이 손님은 계산대로 바로 오더니 대뜸 물어볼 게 있다고 했다.


"저기,, 뭐 하나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무슨 일이죠?'라고 대답했다. 간혹, 이 단지에 누군가의 손님으로 놀러 왔거나, ATM기기를 찾아서 편의점을 검색해서 오는 손님들도 있기 때문에 그런 거지 않을까 생각을 했다. 그러나 이 손님은 조금 당황스럽게도 자기가 교도소 생활을 했다고 한다. 오후 한 시쯤이었는데 술냄새도 났다. 그렇지만 굉장히 사람 좋은 미소를 짓고 옷도 말끔하게 입고 있었다. 왜인지 나에게 죄송하다는 말만 반복했고, 아무튼 위협적이진 않았다.


‘하는 일이 술을 마시면서 하는 일인데.., 딸이 둘이 있는데 친해지는 방법을 모르겠다. 내가 교도소 생활을 1년을 했는데,, 사실 1년이 아니고 3년 동안 있었는데.. 지금 들고 있는 이 봉투도,,'라고 하면서 법원에서 온 갈색 서류봉투를 보여준다. 다른 손님이 들어와 이야기가 끊기자 냉장고로 가서 소주 한 병을 들고 온다.


아이 둘과 아빠 손님이다. 유치원이 끝나고 아빠가 데리러 오면서 편의점에 간식을 사러 온 모양이다. 그런데 당황스러운 이 손님은 아이들에게 “야, 야!” 웃으면서 그러긴 했지만, 좀 별로다 라는 생각을 했다. 아이 아빠도 순간 당황은 했지만, 웃으면서 말하는 그 손님에게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 손님은 편의점 앞에 있는 아파트 단지 내의 정자로 가더니, 소주를 바로 들이켰다. 하필 그날 앞문 손잡이가 망가져서 문을 열어놓고 있었는데 다시 들어오더니 종이컵 하나만 달라고 하는 거다. ‘종이컵은 판매하고 있습니다.’라고 했더니 이따 다시 오겠다고 하면서 다시 정자로 갔다. 그 손님은 소주 한 병을 원샷을 했는지 다시 편의점으로 들어왔다. 큰소리로 통화를 하면서 욕을 하고 휘청거리며 죄송하다는 말만 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그냥 진상으로 생각을 했다. 다행인 건지 문을 고치러 수리 기사님이 오셨다. 편의점에는 나, 수리기사님, 취한 손님 이렇게 있었다.

그 손님은 다시 들어와 냉장고에서 다시 소주를 한병 가지고 왔고, 세병째이다. 계산도 안 하고 병뚜껑을 어금니로 열었다.


수리기사님이 일을 마치고 점포 도장을 받으러 계산대 쪽으로 오는데 취한 손님이 시비를 걸며 몸으로 밀치는 시늉을 한다. 팔다리는 사용하지 않은 채 말이다. 이때 들었던 생각은 '이 사람 이거, 무슨 일 생길 걸 대비해서 팔다리는 사용하지 않고 말로 시비를 걸고 몸통으로 밀치기만 하는구나', 이때부터 나는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지, 아직은 아닌지, 이런 고민을 했다. 너무 당황해서 우물쭈물거리는 와중에 편의점으로 들어오는 다른 손님에게 인사를 했다.


이 아파트 단지의 관리사무소에서 일하는 직원이었다. 매일같이 편의점으로 웃으며 들어와 담배를 한 갑씩 사갔다. 사실 아무렇지 않게 인사는 했지만, 눈짓으로 이 사람을 쳐다보면서 수리기사님을 쳐다봤다. 이때 이 취한 손님이 대뜸 나에게 와서 주먹을 들이미는 거다. 뭐라고 말은 하지만 정확하게 들리는 단어는 없었고, 주먹을 내 얼굴 가까이로 들이밀면서 몸을 제대로 가누지도 못했다. 그런데 매일같이 오는 관리실 직원분은 그런 상황을 봤음에도 본인이 살 담배만 사서 나갔다. 이 상황에 엮이고 싶지 않고, 도망가고 싶은 마음도 이해는 한다. 그 이후로 이 관리실 직원분은 내가 있는 시간에 한 번도 편의점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는 그때까지도 경찰에 신고를 할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도대체 언제쯤이 위급한 상황인 거고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는 상황이지..?라는 생각을 했었다. 이 사람이 나를 치면 그때 경찰에 신고를 해야 하나..? 그때 단골손님이 들어왔다.


사실 이 아파트 단지 사람들 전부 단골이라고 할 수 있지만, 좀 더 특별한 사이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앞동에 살고 있는 손님이고, 자녀가 둘이 있는데 아이들이 나를 좋아해서 특히 더 자주 오셨다. 이런저런 이야기도 많이 하시면서 친동생을 소개해주고 싶다는 얘기도 하시던 손님이다. 들어오셔서 상황을 살피더니 아이를 밖으로 내보내고, 계단대 옆으로 오시더니 조용하게 신고를 할까요?라고 얘기하셨다. 이때 딱, '아! 신고를 해야 할 때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신고를 하기 위해 밖으로 나가셨고, 혹시 몰라서 그러신 건지 옆 가게 사장님을 불러주셨다.


옆 가게 사장님이 들어오시더니 한 손에 핸드폰을 들고 112를 누를 채로 통화버튼을 누를지 말지 상황을 보셨다. 그러면서 계속 가게 안에 같이 있어주셨다. 나도 그때가 돼서야, 편의점에는 긴급출동 서비스라는 게 있는데 수화기를 7초 정도 내려놓으면 경찰이 출동한다. 가끔 물건을 옮기거나 수화기 선이 어딘가에 걸리면 수화기가 들리는데, 그때도 출동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에도 허둥지둥 들어오시는데 정말 너무 죄송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내가 지금 보호를 받고 있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신고를 해야겠다 마음을 먹었더니 1분 1초가 너무 느리게 가는 거다.


경찰은 정말 금방 도착했고, 오자마자 이 남자를 편의점 밖으로 끌어냈으며 나에게 카운터에서 나오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경찰이 한 팀 더 출동을 했는데, 순찰차가 아닌 봉고차를 타고 왔다. 그중 한 분이 나이가 꽤 있으셨는데 이 남자를 보더니 딱 알아보는 거다. 이 사람을 찾고 있었던 눈치였다. 오늘 출석을 했어야 했는데 안 왔다는 이야기였다. 손에 들고 있던 그 봉투가 바로 오늘 검찰에 출석을 하라는 봉투였던 거다. 이 사람을 알아본 경찰은 나에게 어떻게 해주길 바라냐 해서 데리고 가달라고 말을 했다. 그리고 그제야 주변을 둘러보니 이 사람이 계산을 하지 않고 마신 저 소주와, 가게 안에 뱉어놓은 침까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서 물어봤다. 그러나 나에게 돌아온 답변은 그냥 데리고 가달라고 하지 않았냐, 이제 와서 다른 소리냐, 라는 대답이었다.



이 모든 상황이 종료가 되고, 나는 편의점에 들어와 생각을 했다. 내가 좀 더 빨리 신고를 했어야 했나, 타이밍이라는 게 있었던 걸까, 나는 왜 뒤늦게 신고를 했을까, 신고를 해야 할 때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있나?

이른 아침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나의 편의점에서, 낯선 사람이 그것도 교도소에서 3년 동안 생활을 했다는 사람이, 만취한 상태로 나에게 주먹을 들이민다는 상황을 전혀 생각도 못했다. 오히려 내가 외국에 있을 때 소매치기를 당한다면 어떻게 해야겠다 이런 이미지 트레이닝은 해왔는데 말이다. 이러한 일이 예고를 하고 벌어지는 건 아니다. 내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하다는 도시에서도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 거다.
결국 이런 일이 있고 나서야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생각을 좀 더 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사실 더 무서운 건, 가까운 거리는 아니지만 이 근처에 살고 있다는 거다.
이 사람이 오늘 집으로 돌아가고 이 상황을 떠올리고 다시 찾아오면 어떻게 하지?





봉투 살인마

일명 봉. 살.


편의점에서는 봉투값 20원은 꼭 받아야 한다.


20원

비닐 쇼핑백은 20원에 판매하고 있습니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제10조


봉투값이 아까워서라기 보다는 그래야 한다.

법이 그렇다.

이제는 20원 봉투도 사라진다.
친환경봉투로 80원이 오른 100원 봉투가 나온다.

역시나 장바구니가 가장 바람직하다.
요즘엔 정말 많은 분들이 장바구니를 가방에 넣고 다니는 것 같다.
가볍고 차곡차곡 접으면 부피 차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귀여운 게 정말 많다.


사실 가장 큰 봉투는 20원보다 비싸다.
그렇지만 20원을 받으면 낭비는 안 하게 된다. 그런 취지에서는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알면서 꼭 싫은 소리를 해야 직성이 풀리는 사람들이 간혹 있다.
그 심리를 도통 알 수가 없다.

굳이 자신의 에너지를 낭비하면서 말이다.


뒷문이 열리고, 바로 소주 두병을 들고 계산대로 오는 중년의 남성.
그 짧은 거리를 터벅터벅 걸어오면서 혼잣말을 그렇게 한다.
뭐라고 하는지도 잘 안 들리는데 딱 알 수 있다.
봉투를 안 가져왔는데 또 그냥 달라고 하면 안 주겠지 뭐 이런 말이다.



소주 두병을 한 손으로 들고 오고서는

계산대에 탁- 올려놓는다.


봉. 살 “봉투 사야 대? 그냥 주면 안 되나?”


“네, 봉투 구매하셔야 해요. 같이 계산해드릴까요?”


봉. 살 "아니 아이씨 확! (손을 들어 올린다.)

이거 요기 동네 사람은 그냥 눈치껏 줘야지! 이걸 뭐 돈을 받아! 아오씌!"


“여기 단지 분들 매일 같이 오셔도 봉투 사시는 분들은 다 구입하세요 ~"
(여기는 전부 단지 사람만 오는데 말이다.)


봉. 살 "나도 편의점 하는데 그러면 안되지!"


"편의점 하시면 더 잘 아시겠네요 ~허허"


봉. 살 "뭐?! 뭐라고?! 아니쉬 내가 가게에서 공무원한테 봉투값 달라고 했더니 눈치껏 하라고 하드라! 눈치껏 해! 아니 씨! 사장한테 얘기한다?!"


당연히 내가 사장일 거라고는 생각 안 한다.
분명 편의점을 한다는 거도 거짓말일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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