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카치 캔디>

세계일주를 꿈꾸는 편의점 점주 신입 1년 차의 관찰일기


매일같이 스카치 캔디를 사러 오시는 할아버지가 있었다.

사계절 상관없이 항상 말끔하게 정장을 입고 오셨다. 거동이 조금 불편하지만, 혼자서 재활용도 하고 매일같이 아침 일찍 복지관으로 가셨다.


지난겨울이었다.

할머니와 함께 단지 밖으로 나가시다 눈길에 그만 넘어지셨다고 했다. 그때 할머니가 허리가 아파 입원하셨는데 그해 여름이 되어서도 퇴원을 못하셨다. 할아버지가 손꼽아 기다리던 이사 날까지도 입원해있었다. 할머니의 장기입원으로 할아버지는 혼자였다. 자녀분들이 종종 놀러 오긴 하는 눈치였다. 할아버지는 이사를 가기 전까지 매일같이 오셔서 가족 이야기, 할아버지의 청년시절 이야기..? 도 많이 해주셨다.


지금도 거동이 불편하시지만 그래도 스토리를 들으면 이렇게 지내시는 게 거의 기적이다. 한창 일을 하실 때 현금이 정말 많은 부자였다고 했다. 그때는 술도 담배도 많이 하셨고, 암도 치매도 이겨내셨다고 한다. 담배를 끊고 스카치 캔디를 시작하신 거다. 정말 매일 아침에 오셔서 한 봉지씩 사가셨다. 구입하자마자 바로 봉지를 뜯어서 가방에 쏟아부으시면서 나에게 색깔별로 3알을 주고 가셨다. 가끔은 손님이 몰려오고, 정리를 해야 할 게 있는데 이야기가 끊이지 않으면 조금 벅찰 때도 있었다. 날이 더워지면서 여름 정장을 새로 구입하신 이야기, 스카치 캔디를 너무 많이 먹어서 의사 선생님께 혼나셨던 이야기, 복지관에 가서 또래 친구분들을 만나셨던 이야기, 자녀분들 이야기, 손녀딸 이야기 등등 사실 할아버지의 일상을 어쩌다 보니 매일같이 듣게 된 거였다.


이 뿐만 아니라 할아버지는 내가 이 단지에 대해 모르는 게 많을 때, 이런저런 단지의 몰라도 괜찮지만 할아버지가 하고 싶으신 이야기를 많이도 해주셨다. 스카치 캔디 할아버지와 같은 동에 사시는 또 다른 할아버지이다. 첫인상이 좋으셨다. 환하게 웃고 계셨고, 그냥 보고 웃으시기만 하고 다른 말이 없으셨던 할아버지이시다. 그런데 스카치 캔디 할아버지는 이 할아버지를 구두쇠라고 하셨다. 남한테 베풀 줄을 모른다면서 말이다.

날이 많이 따뜻해진 어느 날 초록색 파카를 입고 가게로 들어오셨다.


“여기,, 슈퍼 사장님은 어디 가셨나?”

“아 어서 오세요 -! 여기 슈퍼에서 편의점으로 바뀌었어요 -!”라고 말씀드렸고, 아.. 하시면서 계산대 쪽에서 내부를 쭉 훑어보시더니 나가셨다. 그리고 다음날 또 똑같은 복장으로 가게 안으로 들어오셨다.


“여기,, 슈퍼 사장님은 어디 가셨나??”라고 물어보셨다. 어제와 똑같이 말이다. 그 뒤로도 종종 비슷한 시간대에 같은 복장으로 산책을 나오시면서 매번 슈퍼 사장님을 찾으셨다. 나는 매일 처음 대답하는 것처럼 편의점으로 바뀌었다고 말씀드렸다.


하루는 더운 여름이었다. 반바지에 메리야스 차림으로 할아버지가 들어오셨다. 매번 웃으면서 들어오셨는데, 그날은 표정이 안 좋으셨다. 오시더니 처음으로 담배를 한 갑 사가셨다. 뭔가 이상함을 느끼긴 했지만, 판매를 거부할 수는 없지 않은가? 할아버지가 담배를 사러 오셨는데? 그리고 몇 분 뒤에 할머니 한분이 편의점으로 뛰어들어오셨고, 할아버지 못 봤냐고 물어보셨다.


"아.. 앞동에 사시는 할아버지요? 좀 전에 담배 사서 나가셨어요 ,,!"

"아.. 치매가 있으셔서.. 알겠어요" 하고 나가셨다.


스카치 캔디 할아버지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를 딱하게 생각하는 게 느껴졌다.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듣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를 구두쇠라고 하시고, 기적같이 치매를 이겨낸 자신은 매일같이 복지관에 나가며 많이 베풀고 산다고 생각하시는 걸까?

또 하루는 이른 아침에 오시더니 비타민 음료를 사셨다. 뚜껑을 여시면서 이야기를 꺼내셨다. 아무래도 할머니가 집으로 다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하셨다. 뭐라고 이야기를 해야 하나.. 정말 아무런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매일같이 할머니 병원으로 병문안을 가신다고 편의점에 들러서 스카치 캔디 한 봉지씩 사가셨는데 말이다.


태풍이 지나간 여름날이었다. 내가 편의점에 근무하지 않았던 날이었다.

스카치 캔디 할아버지가 오셔서 간밤에 응급차가 왔다 갔고, 초록색 파카의 치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고 했다. 하필 화장실에서,


하필 화장실에서,

사람이 죽기에 마땅한 장소가 있는 걸까 운전을 하다가, 화장실에서, 자다가, 밥을 먹다가, 길을 걷다가..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여한이 없겠다. 나는 여기서 생을 마감하고 싶어. 와 같이 사람은 죽음을 어느 정도 생각하는 것 같다. 나도 가끔 생각할 때가 있다. 그냥 오래 아프지 않고, 나의 아픔이 길어짐으로 인해 누군가 고통받지 않았으면 좋겠고, 정말로 곤히 자다가 잠에서 깨어나지 않는 그런 죽음이었으면 좋겠다. 정도의 생각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면 지금 바로 이 순간이 참 소중하다는 걸 다시금 깨닫게 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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