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

세계일주를 꿈꾸는 편의점 점주 신입 1년 차의 관찰일기

아이들은 정말 금방 자란다.

편의점을 하면서 가장 크게 느끼는 점이다.


이 아파트 단지에 편의점이 처음 들어오고, 아무래도 아파트 단지이다 보니 가족단위의 손님이 많을 거라 예상했다. 젊은 부부 손님이 많았다. 내가 편의점 일에 점점 적응하고 있을 때는 예비엄마가 되어서 가게에 들어오더니 이 단지에 대해 조금씩 알아갈 때는 유모차를 끌고 들어온다.


시간이 참 빠르다.


유모차를 타고 들어오던 아가들이 나와 눈을 맞추고 인사를 한번 하고 나면 아장아장 걸어서 들어온다.
안녕~ 인사를 한번 하고 나면 그다음엔 뛰어서 들어온다. 이쯤 되면 먹고 싶은걸 계산대에 올려야 먹을 수 있는 걸 알게 된다. 이제는 이미 단골손님이다. 이 행위가 계산을 해야 먹을 수 있다는 개념보다는 내가 허락을 해줘야 먹는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계산대에 올려놓고 내가 바코드를 '삑-' 하고 찍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내가 바코드를 '삑-' 하고 찍으면 먹어도 된다고 허락받는 줄 아는 거다.


아장아장 걸어 다니던 시절에는 오히려 잘 모른다. 뭐든 손에 쥐어주면 만족하는 눈치이다. 그런데 이제 어린이집을 다니고, 여러 간식들의 맛을 알게 되면 본인이 원하는 걸 집어야 한다. 정말 귀신같이 새로 들어온 신상 간식을 집는다. 그럼 엄마들은 가끔

“그건 언니가 (나를 말하는 듯하다) 안된대!”

“그거 집으면 언니한테 혼나-!”..

차라리 망태할아버지라고 하시지,
요즘은 모르려나 ‘망태할아버지가 잡아간다 -!’ 이 한마디면 바로 물건 내려놨을 텐데,


“먹고 싶은 거 하나만 골라야 해-!”
엄마들의 단골 멘트이다. 하나만 고르고 나면 “그거 말고 ~~” 까지이다.
먹을 수 있는 걸로 골랐으면 하는 엄마들의 마음을 이해는 한다. 그리고 이렇게 가만히 서서 보고 있으면 귀여운 순간들이 너무 많다. 가끔 엄마들이 먹고 싶은걸 아이들에게 강요 아닌 강요를 할 때가 있다. "이거 맛있어 보이는데 이거 먹을까?"라고 하면 "그래"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무조건 아니라고 하는 아이들이 있다. 가끔은 엄마가 집는 물건을 보고 "이거 안 먹을 거야~"라고 하면 엄마들은 "내가 먹을 거야!"라고 하기도 한다. 너무 귀여워서 포스기 뒤로 숨어서 혼자 웃게 된다.


가끔 천재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드는 아이들이 있다. 아직 말도 못 하는 유아기인 아가들이다. 예를 들어, 엄마가 항상 커피우유를 마시는 걸 아는 아이들이 편의점에 들어와서 자기 꺼도 하나 고르고, '엄마 꺼~'라고 하면서 항상 같이 집는다. 내가 뭔가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들면 엄마도 마찬가지겠지?라는 생각이 드는 걸까? 또 편의점에 들어오자마자 뽀로로 주스 하나만 골라도 장바구니를 꼭 들고 오는 아가들이 있다. 자신이 먹고 싶은걸 바로 집어 들기보다 물건을 사러 들어오는 행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다. 장소에 대한 이해도나 남을 생각하는 아가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다. 이 단지에 영재들이 많은가..?


지금 전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만나는 집 밖의 사람들은 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사람들뿐일 거다. 유모차를 타고도 마스크를 쓰고 들어오는 아가 손님들도 있다. 신기하면서도 안쓰럽다. 걷기도 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하는 법을 배우는 거다. 몇몇 어른들보다도 더 잘 쓴다. 마스크가 조금 내려가서 코가 보이면 내 눈치를 살피고 마스크를 바로 쓴다. 어떻게 마스크를 벗어던지지 않고 잘 쓰고 있을까 생각이 들다가도 그냥 양말을 신는 것처럼, 티셔츠를 입는 것처럼 생각하게 된 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말을 하기도 전부터 마스크를 착용했으니 말이다.






아이들은 금방 적응한다.

처음 이 자리에 편의점이 생겼을 때는 아이들이 어른이랑 들어오더니 이제는 아주 쉽게 들어온다.
숨바꼭질을 하거나, 더울 때나, 추울 때도 들어온다. 내 어린 시절은 심부름으로 한 손에는 지폐 한 장, 한 손에는 사 와야 할 물품들을 적은 종이를 들고 집 앞 슈퍼를 가곤 했다. 요즘은 카드를 많이들 사용해서 그런지 아이들도 심부름을 올 때 카드를 들고 온다. 돈의 단위를 모르는 아이들이 생각보다 많기 때문에 심부름을 오면 영수증을 꼭 쥐어준다.


한 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이사를 왔는지 처음 보는 여자아이였다. 왜인지 또래의 눈치를 보는 게 나한테까지 느껴졌다. 아이들이 편의점에 들어와 음료를 사 갈 때도 말없이 졸졸 쫓아와 기웃거리며 살피기만 하고 말없이 그냥 주변을 따라다니는 거다. 그렇다고 아이들이 밀치거나 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더 어색하게 주변을 맴돌기만 하는 모습이었다.


다른 날이었다.
이 눈치를 보는 여자아이는 역시나 동네 아이들과 친해지고 싶었던 모양이다. 놀이터에서 놀고 있는 아이들을 싹 데리고 들어오더니 분홍색의 앞 가방에서 2만 원을 꺼내 들고 과자며 음료수며 하나 두 개씩 다 사주는 거다. 모르는 아이들도 들어오라고 부르더니 하나씩 고르라며 큰소리다. 어디서 보고 배운 걸까? 아니면 맛있는 걸 사주면 좋은 사람이다 라고 본인이 터득한 걸까?

이 날도 놀이터 그네에 혼자이다.
다른 친구들은 하교 후에 피아노 학원이며 영어학원이며 곧장 학원으로 가는 것 같은데, 그 아이는 항상 그네에 혼자 앉아있다.

단지 내의 유치원의 하원 시간이 되면 놀이터가 아이들과 학부모들로 가득하다. 놀이터에서 친구들이랑 잠시 뛰어놀고 집에 가기 전 꼭 편의점을 들린다. 부모들은 가끔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들어오는 자신의 아이들을 출근도장 찍으러 왔다고 이야기한다. 손에 간식 하나씩은 꼭 들고 집으로 가는 거다. 가끔 아이들이 우르르 들어오면, 어른 한분이 다 같이 계산할 때가 있다. 이런 날은 아이들의 엄마의 눈치를 조금 덜 보고 정말 먹고 싶었던 걸 고른다. 여러 신경전이 있지만, 나름 평화롭게 타협해가며 아이들이 간식을 하나씩 고르고 있을 때, 이 여자아이가 따라서 편의점 안으로 들어온다.
그리고는 유치원 가방을 메고 있는 아이한테 친하게 말을 건넨다. 머리가 이쁘다, 너 오늘 참 예쁘다 이런 말들을 하면서 어른의 눈치를 본다. 그렇게 아이들과 어른 사이에 끼고 싶어 하던 여자아이는 "저도 하나만 고르면 안 돼요?"라는 말을 한다. 한 번은 이름도 모르는 동네 아이와 엄마를 따라 들어와서는 "저기 저.. 저도 목이 말라서 그러는데 물 하나만 사면 안 돼요?"라는 말을 할 때도 있다.
자신이 원하는 걸 얻고 나서는 "제가 00이 잘 돌볼게요!"라는 말을 한다. 그 말을 들은 어른은 "아니야, 그냥 맛있게 먹으면 되는 거야, 그런 거 아니야"라고 당황하는 어른도 있고, "그래, 사이좋게 잘 지내!"라고 하는 어른도 있다.

이제 막 초등학생이 된 저 아이는 어떤 삶을 살아온 걸까?









진. 진. 너 (진상인지 진상 아닌 진상 같은 너)
본인이 진상인 줄 모르는 진상이다.

‘딸랑-’

편의점 문이 열리고

탁- 혹은 타라락- 이나 휙-

아이스크림과 맥주를 내려놓는다.

가게가 좁기 때문에 아이스크림 냉장고와 맥주 냉장고가 밖에 있다.

물론 장바구니도 같이 있지만,

“잠시만요- 손이 시려서.. 좀 더 고를게요-”

"더 고를 거예요"

"잠깐만"

우리나라 사람들 눈에만 안 보이는 것 중 하나가 미시오, 당기시오, 그리고 편의점에서는 장바구니이다.

분명 입구에 들어오자마자 있는 장바구니이지만, 미시오 당기시 오도 못 보고 들어오는데 장바구니라곤 보이겠나, 그렇게 편의점의 계산대는 장바구니가 된다.


아이스크림 하나, 젤리 하나, 과자 하나, 척 척 척-

다른 손님이 계산을 하고 있어서 그 사이를 비집고 굳이 올려놓는다.

‘다음부터는 장바구니 이용해주세요~’

라고 아무리 말을 해도 역시나 듣고 싶는 것 만 듣는 진상 중의 진상.

그 와중에 대답은 착실하게 해 준다.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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