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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 그리고 사랑

사랑을 본 적이 있나요?

by 심고

라디오 방송작가와 PD.

같은 프로를 맡아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고,

친구처럼 지내다 점점 서로 마음이 가는 것을 걷잡을 수 없게 된 두 남녀.


하지만 남주인공에게는 오랜 시간 짝사랑했던 여자가 있었고,

자신은 사랑이라는 게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고 말한다.



사랑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게 사랑이 아니면 또 뭐란 말이야.



결국 여주인공을 사랑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 남주인공의 대사가

마음에 툭하고 떨어지는 것 같았다.

온갖 수식어구를 붙인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저렇게 현실적으로 와 닿을 수 있는 말이 있을까.

사랑이란 것을 볼 수도 없고, 만질 수도 없는데

우리는 그것이 사랑인걸 어떻게 알 수 있다고 사랑에 그렇게 자신만만한 걸까.


책 속에 두 남녀를 보면 사랑이 보이지는 않아도

저렇게 사랑이 오는구나, 저렇게 서로에게 스며드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남주인공이 부르는 노랫말 속 사랑 또한 '사랑'의 모든 모습은 아니지만

어떤 한 모습이지 않을까.


옛날에 옛날에 사랑을 했는데
그 사랑이 사랑일까 내가 몰라 물었더니
사랑이 아니란다 사랑이라 우겼더니
사랑이 떠나더라 사랑이 떠나더라

옛날에 옛날에 사랑을 했는데
그 사람도 떠나갈까 내가 몰래 감췄더니
사랑이 서럽단다 사랑이란 그런 거지
가슴에만 숨은 거지 가슴에만 숨은 거지
사랑이 아니란다 사랑이라 우겼더니
사랑이 떠나더라 사랑이 떠나더라
사랑이 서럽단다 사랑이란 그런 거지
가슴에만 숨은 거지 가슴에만 숨은 거지
사랑이 아니란다


2016년 10월 22일

책 <사서함 110호의 우편물, 이도우(2004)>

노래 <옛날에 옛날에, 양희은(19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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