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한자는 누구의 것인가

김진명 장편소설 <글자전쟁>

by 심고


무기 거래상인 이태민은 뛰어난 학력을 가졌지만 돈을 버는 것만이 목표인 남자이다. 그는 자신과 함께 일하던 이 회장이 구속되고 자신에게까지 그 여파가 미칠 상황이 되자 베이징으로 도주한다.

베이징에서 북한 사람들과 접촉하며 앞으로의 일들을 구상하던 이태민의 눈에 왠지 수상쩍어 보이는 남자가 들어온다. 이태민은 그를 '킬리만자로'라고 부르며 그의 행동을 주시하지만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다.


그러던 중 '킬리만자로'가 이태민에게 갑작스럽게 연락해 USB를 건네주고 사라진다.

그리고 다음 날 그가 살해된다. 이태민은 자신이 북한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킬리만자로가 사실은 한국인 소설가 '전준우'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준 USB에 담긴 것이 그가 쓰던 소설임을 알게 된다.


이태민은 과연 누가 그를 살해했는지, 대체 USB에 담긴 소설의 정체가 무엇인지 조사하기 시작한다.


글자전쟁.jpg


역사적 자료를 바탕으로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사실들을 알게 해주는 것이 김진명 소설의 특징인 것 같다.

과연 이게 사실일까 싶으면서도 사실로 믿고 싶은 이야기들.


<글자전쟁>은 처음에는 북한의 이야기와 무기 중개상의 등장으로 남북에 대한 전쟁 이야기인가 싶지만 사실은 남북을 하나로 묶을 중국과 '동이족'의 전쟁이다. 작품 속에서 작가는 漢字가 과연 누가 만든 문자인지에 대한 의문을 제시한다. 책 속에 등장하는 소설이 처음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그 속에 숨은 이야기를 파악하면 소름이 돋는다. 특히 '활 궁' 자이지만 '활 궁'자가 아닌 것을 찾기 위한 이야기 속에서 그들이 없애고자 한 글자의 정체는 나는 생각지 못한 것이었고, 그런 생각이 너무나 놀라웠다.


무엇이 진실인지 과연 작가는 알고 있을까. 우리가 모르는 곳에서 이런 문제들로 싸우는 사람들이 존재할까.

사실 나는 무엇이 진실인지 잘 모르겠다. 그럴 듯하지만 또 계란으로 바위치기의 불과한 이야기 같기도 하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의심이라도 해보는 것과 아예 모르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다.


북콘서트에서 많은 분들이 김진명 작가를 보고 했던 이야기들이 생각난다.
"우리가 알아야 할 역사에 관한 소설을 써주셔서 감사해요."


소설을 모두 믿는 것은 바보같은 일이겠지만 바보가 되고 싶어진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고의는 아니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