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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Oct 07. 2018

너를 만난다면

나는 그런 상상을 해


그런 상상을 했어


무엇을 해야할지 아무 계획이 없는 어느 일요일에

태풍이 끝나고 맑게 갠 하늘을 보고 문득

밖으로 나가볼까 생각을 하는거야.


그 많은 시간 중에

그 많은 장소 중에


너는 버스를 타고

나는 기차를 타고


서로 다른 길을 나섰지만 결국 같은 곳에 도착해서

나무 틈 사이로 햇빛이 스며드는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다면


그럼 나는 그 우연을 빌려 몰래

그래 딱 한번만

네 얼굴을 보는거지.


어제 만났던 것처럼 어색하지 않게

아주 오랜만에 만난 것처럼 반갑게 우리는 서로를 바라보다


처음 만났던 그날처럼

예쁘게 웃고 다시 헤어지는거야.


이제 그런 우연이 다시 일어나진 않을테니

그게 우리의 마지막 만남이 되겠지.

하지만 괜찮아, 그거면 충분해 하며 나는 다시 길을 나서.


'아, 가을 날씨 참 좋구나.'

하고 웃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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