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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심고 Aug 02. 2019

괴이한 사랑 이야기

영화 <더 랍스터>

스포가 있을 수 있으니 작품을 안 보신 분들은 주의 바랍니다.

아내에게 버림받고 호텔에 오게 된 데이비드(콜린 파렐)은 짝을 찾지 못하면 동물로 변하는 이 괴이한 호텔에서 이미 짝을 찾지 못해 개로 변해버린 형을 돌보며 자신은 동물이 되지 않기 위해 짝을 찾으려고 노력한다. 데이비드는 겨우 호텔의 한 여인과 비슷한 성향인 척 흉내를 내 커플이 되지만 이내 거짓인 게 드러나고, 호텔을 도망쳐 나온다. 호텔 밖에는 짝이 아니면 동물이 되어야 하는 시스템에 저항하며 혼자 사는 것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여 살고 있었고, 데이비드는 그들 무리에 합류하지만 그 안에서 '근시 여인(레이첼 와이즈)'와 사랑에 빠져버린다.

영화를 보는 내내 괴이하다고 느꼈다. 영화는 어둡고, 비장하다. 배경음악마저도 영화를 보면서 계속 긴장하게 만든다. 애초에 짝이 되지 않으면 동물로 변해야 한다는 설정이나 숲 속으로 도망친 사람들을 잡아오면 호텔에 머물 수 있는 날을 늘려준다는 시스템은 무섭기까지 하다. 하지만 모두들 그 시스템에 반기를 들지 않는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 데이비드는 짝이 되지 못한다면 '랍스터'로 변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의 대답은 진지했을 것이다.

호텔에는 여러 이유로 이곳에 오게 된 사람이 있고, 여러 성향을 가진 사람이 있는데 데이비드는 하필 사람 사냥을 하루에 8명씩 해오는 '비정한 여인'을 선택한다. 그녀와 짝이 되기 위해 그는 자신도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지 못하는 척 하지만 이내 그녀에게 거짓임을 들킨다. 어쩌면 데이비드는 지금 이 잠깐 호텔에서만 벗어나면 될 것이라고 생각한지도 모른다. 이 여인과 잠시 사랑을 연기하고 이 호텔을 탈출하자. 내가 만약 호텔에 가게 된다면 나 역시 그랬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짝을 지어야 하는 게 당연시되는 규율에 따라, 동물이 되기 싫은 두려움에 따라, 누군가의 호감을 사기 위해 그와 비슷함을 연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 그런 비슷함을 흉내 내서 짝을 얻은 사람들은 결국 성공하지 못한다.

물론 그런 말도 안 되는 시스템에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하는 것은 고작 '숨어 다니는 것'이다. 호텔에 쳐들어 가기도 하지만 커플을 깨트리는 행동 외에는 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사랑한다는 것이 얼마나 거짓된 것인지, 아니 거짓이 아니더라도 결국 극한 상황에서는 상대방보다 본인을 선택한다는 것을 보여주며 그들의 사랑에 금을 긋는다. 그들이 직접 깨버리지 않더라도 결국은 그 사랑이 부서지도록. 그들은 혼자만의 자유로운 삶을 주장하며 도망치지만 그들의 자유를 원하는 만큼 커플들에게도 커플을 선택할 자유를 주지 않는다. 그런 면에서 그들 역시 호텔 사람들과, 도시 사람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마지막까지 위기인 느낌이다. 주인공은 계속 위기 상황에 빠져있고, 결말은 아름답지 않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대체 이 영화는 뭐지... 라고 생각했는데 영화를 추천해준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사람들은 서로의 같은 면에서 끌리고 사랑에 빠지는데 과연 어디까지 같을 수 있는가 라는 물음을 받았다. 근시라는 공통점을 통해 가까워진 데이비드와 근시 여인, 하지만 그 이상의 같음을 바라는 마지막 결말. 나라면 도망칠 것이다. 결국 나 역시도 사랑보다 자신을 선택하는 걸지도 모르지만. 아니면 설득할 수 없는 건가? 아무리 생각해도 정말 그렇게 극한까지 가는 것은 사랑이 아닌 것 같다. 애초에 사랑이 무엇인지 알 수가 없지만.

이 영화를 통해, 이 괴이한 영화를 통해 감독은 사람들에게 무엇을 말하고 싶은 건지, 사람들은 무엇을 통해 이 영화를 좋다고 느끼는 건지 나는 아직도 잘 모르겠다. 하지만 사랑에 대한 어떠한 모습을 우리 사회가 강요하고 있는 것은 맞는 것 같다. 영화 속에 사람들이 이 이상한 시스템에 반항하지 않듯이 우리도 그런 사회에 익숙해져서 아무 반응이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이 시작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동물로 태어난다면 어떤 동물을 선택할지 괜히 생각해본다. 강아지가 돼서 동물이 되어도 가족들과 함께하고 싶지만 그런 이유로 강아지가 가득한 세상이라고 하니 좀 꺼려지기도 한다... 그냥 새가 돼서 자유롭게 날아다니고 싶다. 아 그리고 생각은 조금만 하는 동물이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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