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원평, <서른의 반격>
나는 서른에 DM이라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아카데미에서 인턴을 하는 지극히 평범한 이름을 가진 여자이다. 그녀가 무료하고 자신을 굴욕감 들게 만드는 현실에 안주하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을 때, 그녀의 회사에 새로운 인턴으로 '규옥'이 들어온다. 규옥은 미미한 힘으로라도 작은 변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고, 지혜(주인공)는 그런 규옥의 '장난'을 함께 하게 된다. 아무리 발버둥 쳐도 바뀔 것 없어 보이는 세상이지만 그냥 포기할 수는 없었던 서른의 세상을 향한 반격이 시작된다.
나는 아직 서른도 아니고(곧 서른일 뿐...) 이 책의 주인공처럼 1988년생도 아니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공감 가는 부분이 많았다. 나의 자리를 찾지 못하는 기분에 시달리는 사람들. 열심히 살아도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것 같은 직장 생활이라든지 그런 직장이라도 포기할 수 없는 마음이라든지, 또는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없어서 혼자 속이 타는 마음. 그런 주인공의 답답한 마음들이 모두 내 것 같았다.
우리는 열심히 살아가지만 때때로 누구든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면서 살아갈 때가 많다. 나 자신이 대체될 수 있는 소모품으로 생각될 때, 열심히 살고 있는 나 자신을 부정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마음에 붙잡혀 나를 갉아먹는 것은 결코 나를 위한 것이 아님을 머리로는 알지만 늘 금방 잊고 우울해진다. 그런 우울증이 마음의 병이 되는 거겠지. 윤동주의 시 <병원>이 생각난다.
주인공들의 미약한 반항은 어느 것도 제대로 성공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로 인해 '나'는 좀 달라진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내 마음 하나 고쳐 먹는 것일 수도 있지만 그건 사실 세상에서 제일 어려운 일이다. 내 마음인데도. 그걸로도 충분히 '나'의 미약한 시도는 가치 있지 않았나 생각해본다.
이제 우리는 서른이 아니라 더 나이를 먹어가고 언젠가는 젊은 세대가 아니라 기성층으로 불리겠지만 그래도 생각해본다. 내가 낡은 곰인형이 아니기를, 우리에게 정진 씨가 필요하지 않은 날이 오기를. 내가 나 자신을 사랑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