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과 어둠의 사이에서
빛보다 어둠을 더 가깝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가까워지는 자동차 불빛이 무섭지 않고
높은 곳이 낮아 보이던 시간
생각했던 건
그냥 다 끝났으면 좋겠다,
였다.
일은 하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나지만
미움은 시간이 지나도 사라지지 않았다.
마음이 괴로워서
누군가에게 말해보아도 곧 후회만 찾아오고
안쓰럽게 바라보는 눈빛도 위로들도
계속하면 지겨움이 될까 봐 두려웠다.
모든 상황의 탓을
누군가에게 돌리려 해봐도
결국 결론은
내가 부족해서인가, 내가 나약해서인가 하는
생각에서 멈췄다.
매일매일 빛 속에서 어둠을 생각하고
어둠 속에서 빛을 생각했다.
그 시간들을 견딘 건
그래도 오늘 하루는 좀 나았다,
힘들었지만 그래도 오늘은 끝났다,
하는 말 그대로 버팀 이었다.
나도 이전에는
직장이 힘들면 그냥 그만두면 되지,
부서를 옮기면 되지
왜 그런 선택을 할까?
생각했었다.
근데 그런 상황에서 드는 생각은
별것도 아닌데 내가 유난스러운 건가
다른 부서에 가서도 버티지 못하면 어쩌지
이 정도 일도 못하는데
더 어려운 일이 닥치면 할 수는 있을까 하는
나약한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그냥 내가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럼 아무 것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고,
모든 것이 사라질 것 같았다.
불과 얼마 전인데
뭐가 그렇게 힘들었냐고 하면 쉽게 대답하지 못할 것 같다
그저 내가 나약했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하지만 다만 그 상황에 놓이지 않고는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만
조금 알 것 같다.
온갖 추측이 많지만
그 사람의 고통은 온전히 누구도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함부로 누군가를 탓할 수도 없을 것이다.
좋은 사람들과
행복한 기억을 많이 쌓지 못했을 것이 안타깝다.
그곳에서는 평안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