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싶어
역에서 근무하다 보면
생각보다 '상봉' 장면을 많이 보게 된다.
요즘은 만나지 못해도 영상통화로라도 쉽게 얼굴을 보고 얘기할 수 있는 편이라
생각했지만
실제로 가족이나 연인이 만나고, 이별하는 모습을 보면
그 애틋함은 그런 온라인 만남으로는 채워지지 않는 것 같다.
정말 목이 빠지게 기다린다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출구에 나오는 사람들을
하나씩 쳐다보고 있는 모습을 보면
나까지도 설레는 기분이 든다.
짐이 가득한 자식들을
게이트로 내려보내는 모습 역시도 마음이 짠하다.
짐이 가득한 손이 무거울까
이만 들어가라는 말에도 조금이라도 같이 가고 싶어 하는 마음.
그런 마음이 마스크 넘어까지 느껴지는 것 같다.
14일에는
꽃다발을 든 남자들이 서있는 모습이 많이 보여서
역에 꽃가게가 있는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침 발렌타인데이여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다.
여자친구를 만나자마자
꽃다발을 건네고
여자친구의 무거운 짐을 자신이 대신 메는 걸 보면서
부러운 마음이 드는 건 왜지...?
고향으로 돌아온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
보고 싶은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은 어떤 마음일까?
나는 사실 누군가를 애타게 기다려 본 적이 없다.
그래서 그 마음이
당사자들에게는 못 만나는 시간이 고역이었겠지만
궁금하다.
만나자마자
껴안고,
손을 잡고,
서로를 보며 환하게 웃는 그 마음.
정신없이 오고 가는 사람 속에서
언제나 설렘과 애틋함을 본다.
근무는 싫지만
그래도 뭔가 하나 얻어 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