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심고 May 04. 2021

골목길 끝에서

두 손, 너에게(with 최백호) - 스웨덴세탁소

오늘 아침에는 매일 무서워서

가보지 못했던 골목길에 가봐야지

마음먹고 나왔는데

날씨는 왜 마침 을씨년스러운 건지...


골목 모퉁이를 돌 때마다

앞에는, 뒤에는 누가 없는지

혹시 막다른 길을 아닌지 살피며

살금살금 걷는데

골목길에서 따악- 어떤 할아버지를 마주쳤다.

내가 주저주저하다 왔던 길로 돌아가려 하자

할아버지는

“여기로 가도 길 있어”라고 말씀하셨다.


감사합니다 하고 지나쳐 그 길 끝으로 가려는데

“거기서 돌아가면 길 나와.”

잠시 무서워했던 마음이 무색하게

친절하신 할아버지.


골목길을 빠져나와 익숙한 큰길에 도달하니

피식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마침 이어폰에서 흘러나오는

처음 듣는 노래에 익숙한 목소리.


최백호 아저씨의 목소리가 마침

나에게 ‘걱정 말아라’라고 말해줬다.


아무도 모르고, 정말 아무것도 아닌

이십 분의 시간이

이 노래와 함께 나에게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두 손, 너에게(with 최백호) - 스웨덴세탁소

매거진의 이전글 캄캄한 밤 더 빛나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