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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l 28. 2021

좌표체계

2021.07.27

학부 1학년 1학기, 벡터미적분학 수업 과제로 좌표체계 사이의 변환 공식을 연습하던 중 (2010.12.04)


2차원 공간을 수학적으로 표현할 때 가장 흔히 사용되는 방식 중 하나가 바로 '데카르트 좌표계'다. 임의로 원점 (0, 0)을 설정한 후, 원점으로부터 가로축과 세로축으로의 이동 거리를 각각 측정해서 (x, y)의 형식으로 좌표 평면상의 위치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때로는 '극좌표계'를 쓰기도 한다. 원점 (0, 0)으로부터의 거리와 회전 각도로 위치 (r, θ)를 나타내는 방식이다. 원, 타원, 나선 등 곡선을 표현하거나 삼각함수와 관련된 수식을 기술할 때는 데카르트 좌표계보다 극좌표계가 용이한 경우가 많다.


3차원 공간을 묘사하는 방법은 더욱 다양하다. 평면 데카르트 좌표계에 세번째 축을 추가해서 (x, y, z)로 공간 상의 좌표를 표현할 수 있다. 극좌표계에 평면으로부터의 높이를 추가하는 (r, θ, z) 형식의 '원통좌표계'도 있고, 원점으로부터의 거리와 두 축으로부터의 회전 각도를 나타내는 (r, θ, φ) 형식의 '구면좌표계'도 있다. 위도, 경도로 지구 표면상의 위치를 기록하는 방식이 바로 구면좌표계에 해당한다.


이 세 가지의 좌표체계는 자연과학과 공학에서 널리 사용된다. 예를 들면 관(管)이나 통로를 따라 유체나 전류가 이동하는 현상을 분석할 때는 원통좌표계가 쓰이고, 천문학에서 행성의 궤도를 나타내거나 양자역학에서 수소 원자를 표현할 때는 구면좌표계가 사용된다고 한다. 필요에 따라 동일한 3차원 공간을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고 다양한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이렇듯 우리는 오늘 하루를 보람차게 보냈는지 가늠할 때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각자 자기 나름의 좌표체계를 사용한다. 어느 원점에서 출발했는지, 지금은 어디에 있으며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지, 앞으로는 어디로 향할지를 살필 때 쓰는 여러 개의 기준이 있다. 정체되거나 후퇴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시기도 달리 보면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도 있다. 당시에는 어떤 목표를 향해 거침없이 돌진하던 움직임도 되돌아보면 어떤 수렁으로 더욱 깊이 빠지는 길이었음을 깨달을 때도 있다.


하루하루를 보내면서 예측할 수도, 대비할 수도 없는 변수를 수도 없이 마주하게 된다. 본인의 의지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은 어제에서 오늘, 오늘에서 내일로 나아가는 발걸음을 바라보는 태도일지도 모른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라고 하지 않았던가. 장진호 전투에서 중공군의 포위망을 필사적으로 돌파하며 철수했던 미국의 제1해병사단을 지휘한 올리버 P. 스미스 소장은 당시에 "우리는 철수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다른 방향으로 전진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한마디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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