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시즌 1을 마치고 (2021.11.28)
"타인은 지옥이다."
사르트르의 <닫힌 방>에 등장하는 유명한 대사다. 타인의 시선과 판단에서 한 순간도 자유로울 수 없는 인간의 현실에 대한 한탄이라고 한다.
그가 지적한 인간관계의 현실을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2007년, 이탈리아 롬바르디 지방의 만토바 시 인근에서 신석기시대의 무덤을 발굴하던 고고학자들은 서로를 마주 보고 있는 두 사람의 유해를 발견한다.
분석 결과 이 두 사람은 만 20세 이하의 남녀로 추정되며, 약 6,000년 동안 이 자세로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고 한다.
그 관계가 어떤 형태이든, 타인과의 관계 밖에서 온전하게 존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죽음이라는 현실 앞에서, 이해할 수 없는 수많은 일들 가운데에서 같은 처지에 놓인 타인에게 의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을까.
보다 솔직한 감상평은 한 등장인물의 대사로 대신한다.
"메시지가 너무 복잡해서 못 알아듣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