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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Feb 06. 2022

구름 한 점

2022.02.06

2003년 1월. 구름에 가려진 영국 베드포드의 일출.

요즘 마음은 편안하니?”


몇 달 전, 부모님이랑 통화를 하던 중에 물으셨다. 아마 그때 처음 받은 질문일 것이다. 잘 지내니, 별 일은 없지, 처럼 안부를 묻는 흔한 말과는 다르게 마음 깊숙이 새겨졌다. 적지 않은 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기억이 나는 까닭일 것이다.


누군가에게 요즘은 행복하니,라고 물을 수도 있다. 타인의 행복을 바라는 것은 분명 좋은 것이다. 하지만 그 질문을 일상적으로 하는 사람을 보지 못했다. 미국에서 흔히 쓰는 “How are you?”라는 의례적인 질문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만나는 사람마다 “Are you happy?”라고 안부를 묻는 사람은 상상이 잘 되지 않는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처럼 그저 행복하기만 한 시기는 잘 찾아오지 않는다. 큰 행복도, 불행도 모두 결국 지나가는 건 마찬가지다. 아침마다 눈을 뜨면 오늘도 이 땅에서의 생명이 주어졌다는 놀라운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사해야 한다는 것을 머리로는 안다. 그렇지만 그 인식이 마음에 닿기도 전에 크고 작은 걱정과 염려가 여러 모양의 구름처럼 드리워서 시야를 흐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매 순간 마냥 행복할 수는 없다면, 적어도 평안할 수 있기를 바라본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만 아름다운 것은 아니다. 때로는 지나가는 구름이 하늘을 더욱 근사하게 만들 수도 있다. 그 모습이 어떻든, 마음속의 하늘을 바라보며 안녕하게 하루를 보낼 수 있다면 좋을 것만 같다.


“How are you?”보다 “안녕하세요”라는 인사가 정겹게 느껴지는 건 집에서 한국말을 하면서 자랐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오늘 하루도 각자의 자리에서 모두 안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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