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나침반 Feb 14. 2022

조금은

2022.02.13

대화가 잠시 멈춰 섰다. 그리고 문득 물어 왔다. 10 , 20 초반 무렵이 좋았는지 아니면 지금이 좋은지.


이제 기본 설정은 잘 바뀌지 않고 하드웨어는 그대로인데 계속 OS 업데이트를 하려니 버그가 생기기 시작하고 배터리 용량은 서서히 줄어드는, 30대 초반의 조금은 당황스러운 모습을 보면서 물어본 질문이었다. “그래도 그때가 더 좋지 않았니?”


그때는 그때 나름대로 좋았고, 지금은 또 지금대로 좋은 것이 진심이다. 어떤 나이대가 가장 좋을 것이라고 미리 단정 짓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그것이 진심의 전부는 아니었다.


실은 지금이 더 좋기도 하다. 좋다는 표현보다 편안하다는 표현이 정확하지 않을까. 물론 고민이 없는 것은 아니다. 복잡하게 뒤엉킨 기대와 걱정들이 일순간에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는 더 이상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전에는 없던 여유가 조금은 생긴 듯싶다.


자신도, 주위의 사람들도, 세상도 예전보다는 익숙해졌기에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받아들이고, 다가가고, 함께 지낼 수 있는 것 같다. 그 대상이 무엇이든 섣부른 저항을 하기 전에 조금은 더 주저하게 된다. 지도가 더 뚜렷하게 보이면 갈 길도 차분히 살필 수 있는 법이다.


“이제서야 진짜 나를 알 것 같은데”라고 노래하는 50 무렵의 윤종신을 보니 아직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작가의 이전글 구름 한 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