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2.06
‘멘토’는 50대 이상에만 어울리는 역할이라고 생각했었다.
물론 나이와 지혜가 반드시 비례하는 건 아니다. 일찍 철이 드는 경우도 있고, 인생의 어떤 전환점을 늦게 도는 사람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경험의 절대적인 총량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누구나 다양한 사람을 만나고 여러 상황을 접하면서 타인을 대하는 자세와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이 서서히 형성된다.
살아있는 한 멈추지 않는 과정이겠지만, 그 골격이 잡히는 시점을 50 전후로 막연하게 생각했었다.
먼저 스스로 두 발을 굳게 땅에 딛고 그동안 걸어온 길을 차분히 되새길 수 있어야만 그 길을 따라오는 누군가에게 진정성 있는 조언을 해줄 수 있는 게 아니던가.
대학원에서 나와서 직장에 복귀한 지 몇 달 뒤의 일이다. 이제 이 단체와 함께 한 시간이 적지 않으니, ”인턴들은 물론이고 앞으로 합류할 다른 동료들에게도 네가 멘토가 되어주어야 할 것이다“라고 대표님께서 말씀하셨다.
이제 만 29살인데 멘토라니. 어울리지 않는 단어라고 생각했다. 업무에 관련된 전문지식은 이제야 쌓기 시작했고, 실무 경험은 겨우 걸음마를 떼는 수준이었다. 여전히 배울 것이 많은데 누군가를 가르치고 지도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까, 싶었다.
되돌아보니 무리한 부탁도, 틀린 말도 아니었다. 처음부터 일을 능숙하게 하는 사람은 없다. 조금이라도 경험이 더 있는 사람이 도와주는 것이 당연하다. 다른 누군가에게 받은 가르침을 또 누군가에게 전해주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그리고 자신의 업무 태도는 알게 모르게 후배들에게 영향을 끼치기 마련이다.
학사 과정과 박사 과정의 가장 큰 차이는 ”지식의 소비자“로부터 ”지식의 생산자“로 거듭나는 것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식당을 방문한 고객과 메뉴를 구상하고 구현하는 주방장의 차이로 비유할 수도 있다.) 그 간극이 생각보다 크니 대학원에 진학하기 전에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라는 취지의 조언이었다.
이처럼 역할의 전환은 언제나 어렵다. 하지만 언제까지나 가르침만 받고 조언을 구할 수만은 없다. 이미 받은 것이 많은데 계속 받고만 싶다는 마음도 일종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더욱 많이 받은 사람이 더욱 많이 전해주는 것이 순리일 것이다. 어차피 ‘완성된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 경험이 조금이라도 더 풍부하고 시야가 조금이라도 더 넓은 사람이 도움의 손길을 건네면 좋지 않을까.
하루하루의 경험을 허투루 흘려보내지 않고, 스스로를 살피며 성장하기 위해 노력하는 건 각자의 몫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