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2.20
단 한 번도 아무에게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은 모든 생각, 감정과 기억의 총합만이 온전한 자아일까. 특정한 관계 속에서만 드러나는 자신의 모습들이 있다면, 그것을 모두 합쳐야만 자신인 걸까.
하루를 보내면서 하는 모든 말과 행동은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고 싶은 허영심에서 비롯되는 걸까, 아니면 언제나 미완성인 자신을 만들어가기 위한 서툴지만 진실된 몸부림일까. 아무에게도 내보이지 않는 생각과 감정과 기억들은 모두 허공에 흩어지는 걸까.
김영하 작가가 "저는 '내가 뭘 잘못하고 있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잘못하는 경우를 거의 못 봤어요. 그런 사람들은 거의 뭘 잘못하지 않아요"라고 말한 걸 들은 적이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한 질문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적어도 자신을 완전히 잃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