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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2025.01.04

by 나침반
2025.01.03

안개가 걷히길 간절히 바랐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앞이 더 잘 보일 거라는 격려를 수도 없이 들었지만 매번 달라지는 건 없었다. 답답함에 눈을 질끈 감고 무모하게 내달려보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자신이 다치거나 타인에게 상처를 남겼다. 마치 눈가리개를 쓰고 뛰는 것과 같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가만히 서서 숨을 돌리고 싶을 때면 세상은 제자리에 오래 머무는 사람에게 친절하지 않았다. 충분히 쉬셨으면 이제는 갈 길을 가셔야죠, 라고 등을 떠미는 것만 같았다.


그럼 이제는 어디로 가야 하죠, 속으로 물을 때마다 내비게이션과 같은 상세한 안내가 하달되기를 내심 기대했다. 하지만 입력할 목적지를 모르는 사람에게 어디로 갈지 알려줄 수는 없다.


안개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현실을 받아들이면 될 일이었다. 유재하가 노래하듯 “이리로 가나 저리로 갈까, 아득하기만 한” 건 누구나 마찬가지다.


그러니 서로에게 조금은 더 친절할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도 각자의 안개 속에서 헤매고 있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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