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109번 출구

2025.08.14

by 나침반
2025.08.13

기숙사 주차장을 나와서 우회전을 두 번 하면 도로가 시옷 모양으로 비스듬히 만나는 교차로가 나온다. 왼쪽 차선에서 좌회전하고 2분 정도를 가서 오른쪽에 맥도날드를 지나자마자 또 다른 교차로를 만난다.


여기서 다시 한번 좌회전을 해서 I-85의 91번 출구까지 북쪽으로 약 5km를 가야 한다. 가다가 주유소 부근에 도로가 푹 파인 곳이 있어서 가능하면 고속도로에 다다르기 전까지는 1차선으로 운전하는 것이 좋다.


91번 출구 앞 교차로에서 우회전하자마자 왼쪽으로 두 차선을 건너면 고속도로에 진입하게 된다. 애틀랜타의 외곽 순환 고속도로인 I-285와 합류하는 지점에서 교통이 혼잡할 수 있으니 미리 한두 차선을 왼쪽으로 바꾸는 것이 좋다.


104번 출구에서 가장 끝 차선으로 나가서 좌회전을 하면 학기 중에 아무리 바빠도 보름마다 한 번은 들리던 둘루스의 냉면집이 있다. 조금 더 가서 109번으로 나가면 또 다른 한인타운인 스와니가 나온다.


어제는 109번 출구를 지나쳤다. 지나서 숙소까지 약 600km를 더 운전했다. 내비를 켜지 않고 다닐 정도로 익숙해졌던 길이 처음 가는 길이 되는 기분은 생각보다도 낯설다.


점심을 먹기 위해 잠시 쉬어가는 이 카페에서 새집까지는 이제 150km 남짓 남았다. 며칠 전, 짐을 챙기면서 할아버지한테 전화를 드리니 “이제 이 학교가 몇 번째 학교지?”라고 물으시면서 크게 웃으셨다. (이번이 마지막일듯싶다.)


오래 지냈던 도시에서 처음으로 학생이 되는 기분도 낯설다. 떠나는 길을 축복해 주고 돌아오는 발걸음을 반겨주는 인연들이 없었다면 쉽게 나서지 못했을 길이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방향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