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02
이스라엘과 영국 등 몇몇 나라에서는 승리의 소식이 들려오고, 다른 나라들에서는 변종 확산에 대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며 최대한 신속하게 백신 접종을 실시하기 위해서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는 요즘이다.
이 와중에 세계 보건기구가 코로나 19에 대한 발원 조사를 진행하면서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한다. 코로나 19라는 독특한 염기서열을 가진 바이러스가 어떻게 출현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전 세계로 확산되었는지 이해하는 것은 그저 과학자들만 관심을 기울이는 주제는 분명 아닐 것이다.
코로나 19보다 전파력도, 치사율도 높은 호흡기 질환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미래에 나타나지 말라는 법은 없다. 아니, 오히려 나타나지 않으면 이상할 것이라는 몇몇 전문가의 경고도 들려온다.
당장 코로나 19도 마치 독감처럼 매년 백신을 맞아야 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접할 수 있다. 모두가 속히 떠나가기만을 간절히 기다리는 이 불청객이 우리의 곁에 생각보다 오래 머물 것이라는 불길한 예감을 떨칠 수가 없다.
코로나 19에 대해서는 추가적인 조사가 필요하겠지만, 에볼라와 조류독감 등 자연에 존재하던 치명적인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최초로 전파된 과정을 살펴보면 그 기저에는 항상 자연의 영역을 공격적으로 침해하는 인간 문명의 끊임없는 확장이 있다는 분석을 들어본 적이 있다.
그렇다. 새로운 병균이 출현한 배경의 뿌리에는 오랜 문제가 있었다는 것이다. 여태껏 존재하지 않았던 새로운 염기서열을 가진 병균이 등장했다고 해서 그 근본적인 원인조차 새로운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코로나 19로 인하여 취약계층을 위한 사회안전망의 부재, 외국인 노동자와 다른 소수집단을 향한 차별과 혐오, 여성 노동자의 불평등한 경제적 지위 등 기존의 문제들이 더욱 심각하게 나타나는 모습을 우리는 지금 다양한 형태로 목격하고 있다.
햇빛이 가장 탁월한 소독제라고 했건만, 병균으로 인해서 가장 약한 연결고리가 파열되는 소리가 들린 후에야 뒤늦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회의 모습이 무겁고 불편하게 다가온다.
T. S. 엘리엇이 “우리는 긴 여정의 끝에 결국 우리가 출발한 곳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코로나 19 그 자체도, 그로 인해 드러난 여러 문제들도 발생 원인을 찾다 보면 실은 그 뿌리에는 오랜 문제들이 있음을 우리는 이미 발견하고 있다.
“하늘 아래 새 것이 있을 리 없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전도서 1:9).
우리가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은 새로 출현하는 생소한 현상으로서의 문제가 아니라, 실은 늘 있었던 문제가 익숙하지 않은 형태로 다시금 나타난다는 사실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