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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1. 2021

한 사람

2021.05.24

산호세 시립 장미 공원에서 (2021.05.17)


주변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를 할 때 “너무 전공이랑 학력이랑 일하는 회사 얘기만 한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다. 만남을 주선하는 것도 아니고, 사람을 뽑는 것도 아닌데 마치 이력서를 넘겨주듯이 아무런 인간미도 없는 무미건조한 정보만 전달한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 같다. 


굳이 성품이나 가치관에 대해서까지 말을 하지는 않더라도, 적어도 취미생활에 대한 이야기라도 할 수 있는 법이다. 누군가를 소개할 때 기본적인 정보를 전하는 것이 가장 간단하다고 생각해서 평면적인 사실부터 이야기를 해왔던 것인데, 그럼에도 일면 일리가 있는 지적이었다.


조금 더 깊이 살펴보니 그 습관의 뿌리에는 편견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전공, 학력, 직장 등을 가장 먼저 이야기 한 건 누군가를 이해할 때 바로 그 측면을 가장 중요하게 보고 있었다는 의미가 아닐까. “사람을 외모로 취하지 말라”라고 했거늘 (야고보서 2:1),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그 습관이 무의식 속에 깊이 스며들었던 것이다.


이력서에 실린 정보를 객관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충분히 합리적인 이유가 존재하는 상황들도 분명 있다. 그 자체를 부정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누군가를 알아갈 때 소위 “스펙”에 포함되는 모든 것으로부터 시작하기 때문에 다른 모든 것을 놓치고, 시야를 스스로 좁히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한 번쯤은 살펴볼 일이다.


지난 수능에 필적 확인 문구로 등장하고 나서 더욱 주목을 받은 나태주 시인의 “들길을 걸으며” 중 일부다.


세상에 와 그대를 만난 건
내게 얼마나 행운이었나!
그대 생각 내게 머묾으로
나의 세상은 빛나는 세상이 됩니다.
많고 많은 세상 사람 중에 그대 한 사람
이제는 내 가슴에 별이 된 사람
그대 생각 내게 머묾으로
나의 세상은 따뜻한 세상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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