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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1.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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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4.26

라벨로의 광장 (2016.08.02)


유희열, 이적, 윤상이 출연한 2014년의 <꽃보다 청춘> 페루 편을 인상 깊게 봤었다.


대학교를 졸업한 직후였어서 그런지, 여행의 끝무렵에 짙은 안개가 결국 사라지며 마추픽추의 웅장한 모습이 드러나던 장면이 큰 위로로 다가왔던 것 같다. “구름은 끝내 걷힌다.”


그리고 또 한 장면이 기억에 오래 남는다. 여행 중에 유희열과 이적이 맏형인 윤상을 위해서 크고 작은 배려를 한다. 정확한 표현은 생각나지 않지만, 페루에 도착한 후 며칠이 지난 시점에 이적이 남긴 고백이 깊이 와닿았다. "누군가를 위해서 무언가를 해주면 (그 사람에게서) 감사하다는 말을 꼭 듣고 싶어 하는 자신을 보면, 여전히 성숙하지 못한 것 같다."


가족 사이도, 친구 사이도, 동료 사이도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누군가를 위해서 시간을 쓰고 마음을 기울였는데 “고맙다”는 한 마디로 명확한 보상이 한 번이라도 돌아오지 않으면 우리는 순식간에 평안을 잃는다. 상대방이 과연 이 관계를 소중하게 여기는지에 대한 불안함부터 마치 배은망덕해 보이는 상대방의 태도에 대한 분노까지 다양한 감정이 우리를 뒤흔든다.


스스로의 모습을 되돌아봐도 이 옹졸한 이기심은 도무지 사라지지 않을 것만 같다.


그렇다면 이적이 말한 “성숙함”은 과연 무엇일까. 여러 답이 있겠지만, 의식적으로 자신이 감사할 대상을 먼저 바라보고 그 감사함을 표현하는 훈련일지도 모른다. 그동안 진 수많은 빚과 지금도 지고 있는 모든 빚들을 세어보면 자존심을 앞세울 겨를조차 없다. 오히려 눈에 보이는 보상을 요구했던 자신이 민망하게 느껴진다.


선배들에게 밥을 얻어먹으면서 죄송한 마음이 쌓여갈 때마다 자주 들었던 한 마디가 있다. “(나한테 갚지 말고) 나중에 너네 후배들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줘.”


누군가에게 건네는 사랑과 배려는 실은 우리가 그동안 받은 모든 것에 대한 최소한의 응당한 반응이다. 그 사실을 한 번이라도 더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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