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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문

2019.07.22

by 나침반
DA1E69FC-FECC-42C4-A7AA-A5C1180251D1.JPG 대학원 기숙사 단지 내에 있는 구조물 (2021.05.04)


이 관문만 통과하면, 이 문제만 해결된다면 모든 것이 안정되고 마음에는 흔들리지 않는 평안이 찾아올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기에는 이미 그런 중간지점을 너무 많이 지나온 자신의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언제나 있었던 불확실함을 무시하거나 외면한다고 사라지지는 않는다.


예상치 못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일들은 오늘도, 내일도 일상 속에서 찾아올 것이고, 우리가 예측할 수 없는 시점에 눈 앞에 불쑥 끼어들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예상치 못한 모든 일들에 대한 반응과 마음가짐을 살펴보는 게 아닐까. 앞만 보고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벼랑 끝을 향해 돌진하는 사람에게는 길을 막아줄 무언가가, 누군가가 필요하다. 다만 자신에게 진정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자신이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그 순간에는 알지 못할 뿐이다.


계획했던 길이 막히면 원망을 하고, 익숙했던 길에서 멀어지기 시작하면 불안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지금 바라고 있는 모든 것들이 어쩌면 진정 최선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잠시라도 할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그리고 나중에 뒤돌아보면서 그 사실을 조금이라도 진심으로 알 수 있게 된다면 좋지 않을까.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없어서 답답하고 의아한 순간이 누구나 있겠지만, 사실은 어쩌면 그 이상으로 자신에 대해서 모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불안함으로 얼룩진 갖가지 욕심에, 언제나 모든 것을 알고 통제할 수 있다는 빗나간 확신에 사로잡히지 않기만을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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