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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침반 Jun 02. 2021

가르침

고등학교 졸업 후, 대학교 입학 전의 여름 (2010.08.01)

공공정책대학원이 위치한 프린스턴 대학의 로버트슨 홀 (2015.05.30)


지난 이틀 동안 존경하는 선생님 두 분에게 그동안 미뤄왔던 인사를 드렸다. 한 분은 직접 가서 인사를 드리고, 다른 한 분은 어젯밤에 이메일을 보냈는데 오늘 저녁에 답장이 왔다. 이 분도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뵈러 갈 생각이다.


한 분은 처음으로 수학에 흥미와 호기심을 가지게 해 주셨고, 다른 한 분은 책을 더 잘 읽고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분이다. 하지만 이것만이 전부가 아니었다. 한 사람의 인격은 같이 삶을 나눈 사람들에 따라서 크게 좌우된다. 강의를 하시면서 중간중간에 해주신 다양한 이야기들이 지금의 나를 있게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선생님과 보낸 시간들을 모두 뚜렷하게 기억하지는 못하더라도 말이다.


단순히 어떤 학문의 스승과 제자의 관계가 아니라, 인생에 있어서도 스승과 제자로서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여러 의견과 태도에 영향을 주신 선생님들에게 진정으로 감사하다.


선생님들을 생각할 때마다 자신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수많은 학생이 교실에 들어오고 나가겠지만, 내가 떠난 후에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시면서 소신껏 열정과 열심을 담아 강의를 하시고, 학생과 대화를 나누시는 선생님들. 한 명이라도 더 가르칠 수 있다면 기꺼이 밤을 새우고, 자신이 받은 혜택을 사회에 보답하고, 한 사람씩 세상을 더 나은 곳으로 만드시겠다는 굳은 믿음.


오늘 뵌 선생님의 얼굴에서 세월의 무게가 느껴졌다. 일 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의 시간들이 고스란히 묻어났다. 항상 건강을 잘 챙기시라고 말씀을 드려도 밤샘 작업을 마다하시지 않는 선생님들. 힘드시더라도 제자들에게는 내색을 하지 않는 선생님들. 그 선생님의 얼굴을 보며, 남에게 주는 가르침에 인생을 바치신 선생님들을 보며 부끄러워진다. 항상 열심히 살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정작 그러지는 않는 모습이.


받은 만큼 다른 사람들에게 어떻게든 돌려주고 싶다. 훗날 자신을 돌아봤을 때 이 다짐이 헛되지 않았음을 느끼고 싶다. 그리고 소신껏 제자를 가르치는 이 세상의 모든 선생님들에게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험난하고 혼란스러운 세상이지만, 그런 선생님이 계시기에 아직 희망을 가지고 있다고. 과거에 맺어진 소중한 인연 때문에, 앞으로도 생길 새로운 인연이 그만큼 더 기대되기에 오늘도 살아가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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