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을 응시하다

Red

by Lunar G


이 너머에서 너를 지켜본다. 네가 불편해하는 그 불안을 가지고 싶어서. 너를 괴롭게 하는 그것을 쥐지 못한 내게는 네 불안이 탐스러워서. 내가 이르고자 하던 길에 먼저 도착한 네 불평이 나를 조바심이 나게 한다. 넋두리를 늘어놓을 수 있을 만큼의 여유라도 허락되면 좋으련만 나는 아직 질주 중이다.


권태. 쉬고 있다는 친구들의 소식을 종종 듣는다. 그래, 정신없이 일에 매달렸으니 쉬고 싶을 때도 됐다. 내가 누군지, 어떻게 살아야 할지, 인생이 뭔지 하는 고민이 달려들 때도 되었다. 질식할 것 같다는 네 말이, 벗어나고 싶다는 네 넋두리가 그런데 어째 배부른 투정으로 들린다. 네가 차지하고 있는 그 의자를 가지기 위해 밤을 지새우고 있을 이들이 떠오른다. 그곳에 이르면 행복을 거머쥘 것처럼 아득바득 시간에 매달리고 있을 그들이 눈에 아른거린다.


꿈을 품고 사는 게 어떤 것인지 몰랐던 때의 열정을 떠올린다. 원하던 길에 이르기만 하면 다음은 순조롭게 풀려나가리라 믿었던 때가 내게도 있었다. 그래서 첫 단추 채우기에 급급했었다. 열정만 믿고 꿈에 달려들어서는 인생이라는 큰 그림에는 소원했다. 최선만 다하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노력이 부족해서 그런 거라 생각했는데. 넘어져 상처 입고, 울고, 돌아보기를 지치도록 반복하며 알았다. 출발선에는 또 다른 산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그곳에서의 경주 역시 까마득하다는 것을.


일이 몸에 익고 삶이 궤도에 들어서면 네가 말하는 그 권태를, 불안을 실감하게 될까. 그러면 내 권태를 목표로 달리고 있을 누군가의 등을 토닥이게 될까, 잡아당기게 될까. 가슴속 열기를 여전히 주체하지 못하는 내게 권태는 아직 먼 단어다. 열정이 불안으로, 불안이 권태로, 권태가 허무로 탈바꿈하는 세상을 나는 알지 못한다. 가슴이 뜨겁고 볼이 탈 듯이 달아올라 있어 지금은 너를 곤두서게 한다는 그 불안에 이 열기를 덜어내고 싶은 마음뿐이다.

The Banquet_Rene Magritte_1958.jpg The Banquet_Rene Magritte_1958

기억해야겠다. 초조해하며 불안을 응시하고 있는 이 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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