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
갈대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순천의 여운일까. 신경림 시인의 글귀가 가슴을 흔든다. ‘갈대’를 곱씹다 보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인다. 뭐가 불안한지, 한 걸음도 떼지 못하면서 갈대가 바람에 춤추듯 가슴이 울렁인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을 내려놓으면 사는 게 좀 수월해질 것 같다는 말을 한 적이 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목표를 정하고 그것을 손에 넣기 위해 아등바등하는 삶. 스무 살을 넘긴 어느 날, 뭔가에 홀린 듯 앞날을 결정한 후 내내 그렇게 살아왔다. 그게 열심히 사는 거라 믿었다. 나에게 충실한 인생을 꾸려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내려놓으면 편할 것 같다는 말을 내뱉던 순간 알았다. 사실 한 순간도 편치 않았다는 것을. 숨이 턱에 차올라 주저앉고 싶었던 때가 갈수록 더 많아지고 있다는 것을. 꿈이 버거워지고 있다는 것을. 그러면서 궁금증이 일었다. 왜 버티고 있는 걸까, 심장이 녹아내릴 것 같다는 그 아픔을 왜 받아내고 있는 걸까 하고.
시인이 그랬다.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고. 그랬다. 나를 흔든 것은 나였다. 쉼 없이 달리고 끊임없이 매질하면서도 스스로를 불편함과 불만족 속으로 밀어 넣은 건 나 자신이었다. 끔찍한 불안 속에서도 채찍을 들었던 건 다름 아닌 나였다. 강해져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약한 모습은 들키고 싶지 않았기에, 무엇보다 꿈으로 나를 흔들어 놓은 책임을 지고 싶었기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은 빈주먹을 차마 펴보지 못했다.
두려웠었다. 앞만 보고 달린 게 쓸모없게 됐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시간을 낭비했다는 비아냥거림을 들을까 봐. 그런 말들이 내 손을 펴게 만들까 봐. 땀으로 흥건해진 손을 꼭 쥔 채 길을 서성이고 있는 내게 시인이 한 마디를 더해 준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고.
산다는 게 그런 거라면, 누구나 다 이토록 큰 짐을 지고 살고 있는 거라면 그래, 흔들리며 가야겠다. 때로는 구슬프고 때로는 쓰라리고 때로는 고통스럽기까지 한 울음이지만, 삶에 눈물이 깃들어 있는 거라면 눈물을 내보내는 것으로 살아있음을 망각하지 않는 인생을 살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