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잊을 것이다.
잊어 줄 것이다.
기억을 지우고
살을 잘라내고
뼈를 문질러서라도
잊을 것이다.
너를.
허나
너는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네 몸 구석구석 남겨진 나를
네 시간 곳곳에 깃든 나를
네 마음에 똬리 튼 나를
그리하여 네가 되어버린 나를
너는 결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너를 사랑하는 내게
너로 채워진 내게
너를 보는 내게
그리고 너에게
있는 그대로의 너에게
모든 걸 다 내줬기에
나는 너를 잊을 수 있다.
너는 나를 잊지 못하겠지만.
다른 사람을 만나길
나보다 더 멋지고
나보다 더 쥔 게 많고
나보다 더 어여쁜
그녀들을 만나기를
그리하여 네가 미처 몰랐던
나라는 세상의
진가를 하나씩 알아가기를.
나는 너를 잊겠지만
너는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이건
너라는 세상을 전부로 알고
너만을 사랑한 나이기에
뱉을 수 있는
단언
내 사랑에 충실한 나에 향한
서글픈 위로
나는 너를 잊겠지만
너는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