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아이가 자라는 동안

by Lunar G

갓난쟁이가 네 발걸음을 하고

두발 걸음을 하더니

말을 하고 뛸 정도의 세월이 흘렀는데

너는 여전히 그때 그 나이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니 생명이 붙은 모든 것들이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너는 박제된 듯 멎어 있었다.


그대로인 네가 좋아

네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네가 너로 내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너무 좋아

네가 오래전 내게서 죽어버린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재같은 너를 붙들고 긴긴 세월을 지나왔다.


미라 같은 너를 붙들고

사랑이랍시고

화수분 같은 그 독에

세월을, 마음을 쏟아 넣는 것은 죄악이다.

죽은 너를 붙들고 있는 줄 알면서

때마다 유령처럼 나타나

내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너는 죄인이다.


이것도 사랑이랍시고 붙들고 있는

나와 너는 비극이다.


극작가도 아니면서

시인도 아니면서

너만 나타나면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 사랑은 참극(慘劇)이다


Francisco José de Goya y Lucientes_The Sleep of Reason Produces Monsters_17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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