갓난쟁이가 네 발걸음을 하고
두발 걸음을 하더니
말을 하고 뛸 정도의 세월이 흘렀는데
너는 여전히 그때 그 나이로 남아있다.
생각해보니 생명이 붙은 모든 것들이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너는 박제된 듯 멎어 있었다.
그대로인 네가 좋아
네가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도 모르고
네가 너로 내게 남아 있다는 사실이 그저 너무 좋아
네가 오래전 내게서 죽어버린 존재가 되어버렸다는 것을
알아채지 못한 채
재같은 너를 붙들고 긴긴 세월을 지나왔다.
미라 같은 너를 붙들고
사랑이랍시고
화수분 같은 그 독에
세월을, 마음을 쏟아 넣는 것은 죄악이다.
죽은 너를 붙들고 있는 줄 알면서
때마다 유령처럼 나타나
내 가슴을 비집고 들어오는 너는 죄인이다.
이것도 사랑이랍시고 붙들고 있는
나와 너는 비극이다.
극작가도 아니면서
시인도 아니면서
너만 나타나면
작가가 되어야 하는
이 사랑은 참극(慘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