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갈림길

Yellow

by Lunar G

희소식과 비보, 가능성의 가운데 서 있다. 축하할 일이라고 들 하는데 그 기분 좋은 일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나만 아는 실패.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무언의 통보인데도 결과 통지는 심장을 녹아내리게 한다. 그리고 또 하나의 가능성. 10 년을 해도 안 되던 일인데, 내 운명에 그 길은 없다고 생각했는데 괜찮을 거라는 해 보라는 목소리를 듣는다. 세 갈림길 가운데 서 있다. 어디로 갈까. 어디로 가야 이젠 덜 아플 수 있을까 하고 길을 내려다본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무엇이 최선인가, 무엇이 내 가능성을 끌어올려 사람들과 최대치로 나눌 수 있는 길인가 하고.

늘 끝이라고, 여기가 막바지라며 때려치우겠다면서도 나는 항상 같은 자리에 있었다. 물론 아프다. 몸이 아픈 건 어루만질 수라도 있지, 마음이 아픈 데는 손도 소용이 없다. 어디가 아픈지도 모른 채 가슴을 끌어안고 웅크리고 앉아 우는 것으로 마음을 달래는 것조차 이젠 지친다. 실패의 기억보다 이젠 그림자가 되어 나를 덮여오는 아픔 그 자체가 너무 두렵다. 그래서...... 놓고 싶어 진다. 실체는 없지만 고통은 생생한 가슴의 통증을 남기는 이 힘든 일을. 어떤 답이 나와있는지 안다. 나는 미련한 곰이니까. 날래지 못한 곰이니까 나는 내가 어떤 선택을 할지 안다. 그래서 더 서글프고 쓰리다.

세 갈래의 길. 어디로 갈 것인가. 남들은 하나도 가지 못한다는 그 길을 셋이나 앞에 두고 있으니 무엇하나 제대로 하기는 할 수 있을까. 제대로 해오긴 했나. 길은 셋이고 사람은 하나다. 나는 여전히 세 길을 붙들어 쥐고 있다.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무엇을 놓을 것인가. 그렇다. 답은 벌써부터 나왔다. 나는 아직은 아무것도 놓지 못할 것이다.

길은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나가는 것이기에. 이 세 길은 앞에 놓인 것이 아니라 내가 만들어 끌고 온 것이기에. 지금에야 네 눈에 드러난 것뿐, 성과가 없다고 길마저 없었던 것은 아니기에. 힘이 들고 속이 쓰리고 막막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도무지 모르겠는데 지금 이 순간 내가 나에게 들려주는 말은 계속 가라는 것, 전진하라는 것. 이런 식으로 무던하고 차가운 내가 나는 참 무섭다.


Isaac Ilich Levitan_At the summer house in twilight.jpg Isaac Ilich Levitan_At the summer house in twil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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