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종

by Lunar G

한창 바쁘던 중 네 소식을 들었어. 세상이 무너지는 것 같더라.

잘살고 있을 줄 알았는데. 쓰러졌다는 소식을 듣고는 잘 좀 살지 하면서 울었어, 하염없이. 너무 많이 울다 보니 왜 울고 있는지조차 모를 정도로 머리가 멍해지더라. 그런데도 어쩐지 눈물은 멈추지 않고. 내가 사라지는 것 같아서,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까맣게 타버린 것 같아서, 이대로 모든 게 끝나버릴 것만 같아서 울면서 너를 불렀어. 너는 대답이 없었고.

네가 원하는 대로 한걸음 떨어져서 이렇게 함께 걸어가 보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기로 했어. 네 마음이 완전히 비워지지 않아 그게 나에게 너무 미안해서 나에게 다가오지 못하게 되었다면 그런 너도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주자고 했었고. 너에게 시간이 더 필요하다면 언제까지 기다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소식이 날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어.

쓰러졌다는 소식으로 눈을 뜨지 못할 만큼 나를 울게 해 버린 너는 어느 날 문득 종적을 감춰 버렸어. 나는 그런 너를 정신없이 찾아 헤맸고. 잘 알아. 약한 모습 보이고 싶지 않아 한다는 거. 늘 완벽한 모습으로 있고 싶어 한다는 것. 그러기 위해 죽을힘을 다해 매 순간 너 자신을 넘어서 왔다는 거. 그걸 너무 잘 알기 때문이었을까. 어느 날엔가 정신없이 너의 행적을 찾아다니는 일을 그만두게 되었어. 숨기로 한 너의 결정을 존중해 주는 것이 너를 사랑하는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어.

대신 메일을 쓰기 시작했어. 수신확인으로나마 너의 무사함을 확인하자 싶었던 거야. 그런데 메일을 쓰고 나면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았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도 도무지 집중할 수가 없었어. 내 머릿속이 너에 대한 걱정으로 도배되어 있었으니까. 너는 나처럼 약하지 않아서 난관에 굴복하거나 타협하는 일 따위는 하지 않을 사람인 거 아는데도 나는 네가 자꾸만 걱정되더라. 너의 건강이 너의 생명을 앗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불안에 잠도 못하고 밥도 못 먹게 되더라.

건강하기만 하다면 넌 아무리 긴 시간이 걸려도 돌아올 것이었으니까 그때의 나에게는 네가 생존해 있음을 확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일이었어. 그래서 매일 메일을 썼어. 끝없이 문자를 쏟아내 온 나인데도 누군가에게 매일 마음을 적어 전하는 일은 녹록하지가 않았어. 마음의 속도와 손의 속도 머리의 속도가 제각각이라 몸살이 날 것 같았지. 그 속에서 나는 쓰고 너는 침묵하고. 그런 날이 길게 이어졌어.

너는 보이지 않는데 나는 끝없이 내 이야기를 전하며 너의 답을 재촉하는 사이 나는 말라갔어. 너의 침묵이 독침이 되어 내 가슴에 박히고 있었으니까. 고목(枯木)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았어. 말라가며 생각했어. 이 고통을 전부 감내해서라도 나의 생명을 너에게 줄 수만 있다면 그 길을 택하겠다고 말이야. 네가 무사한 것만 확인할 수 있다면 무엇이라도 하겠다고 말이야.

Gustave Courbet_La Trombe_1867.jpg Gustave Courbet_La Trombe_18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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