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를 빼다

by Lunar G

설명하기는 어려운데 어쩐지 당신에게서 약간의 불안이 덜어진 것 같은 느낌을 느끼고 있어. 이 느낌이 나만의 착각이 아니기를 바라며 천천히 호흡을 고르는 중이야. 당신에게 박혀 있던 수많은 가시 중 하나가 빠진 듯한 후련함이라면 지금 내 느낌을 전할 수 있을지도. 내내 당신을 찌르고 있던 게 제거되는 데서 오는 해방감과 통증을 당신과 동시에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해. 가시는 아픔을 남기고 빠지겠지만 회복을 위한 것이니 당신이 그 아픔을 잘 견뎌 주었으면 좋겠다고 기도하고 있어.

머리가 자주 아파. 긴장과 걱정 때문인지 몸이 자주 굳기도 해. 두통약을 먹으며 비가 내리기 직전의 하늘 같았던 어제의 기분을 생각했어. 그동안 당신이 혼자 견뎌온 고통을 아련하게나마 함께 느낀 것 같아 그랬던 것 같아. 가슴에서 뭔가가 툭 떨어지는 게 느껴지는데 그게 뭔지는 보이지 않더라. 말로 다 할 수 없이 아픈데 딱 그만큼 후련했어.

아직도 당신에게는 가시가 많이 남아 있겠지? 워낙 가시가 많으니 그걸 빼야 한다는 것 자체를 알아채지 못한 채 온몸을 가시투성이로 만들 두고 있을지도 몰라. 가시 하나를 빼기까지 긴 시간이 걸렸고 가시가 빠지면서 느낀 그간의 통증이 이루 말할 수 없이 깊었는데 당신에게 여전히 셀 수 없이 많은 가시가 남아 있다는 게 너무 서글프고 슬퍼져 멍해지고 말았어. 그 가시들을 보고 이를 수 없이 마음이 아팠던 것 같아.

대체 어떤 삶을 살아왔냐며 당신의 삶을 곱씹고 있는데 가시를 몸의 일부로 받아들이고 있는 당신이 보이더라. 나는 당신이 아픈 게 싫으니까 그게 나를 너무너무 고통스럽게 하니까 이제 그만해도 된다고, 그만 참아도 된다고 했어. 그런 나를 보며 말없이 웃고 있을 당신의 모습이 보였어. 당신이 웃으면 나도 웃어야 하는데 눈물이 났어. 슬픔을 머금고 웃고 있는 당신 모습이 너무 애처로워 보였으니까. 나 아마 그걸 말로 다 전하지 못해서 자꾸 머리가 아팠던 것 같아.

당신의 아픔을 이토록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은 나에게도 그만큼의 가시가 많았다는 것이겠지. 생각해 보니 나도 당신만큼 아픔에 무딘 사람이었던 것도 같아. 무던하게 견디다가 어느 날 문득 나도 모르게 누군가 이 고통을 대신해 주면 좋겠다고 기도한 기억이 있으니까. 나도 아프면서 당신만큼은 아프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바랐어. 당신보다 훨씬 약하면서 당신을 위하고 있는 내 모습에 웃음도 났고. 근데 말이야, 바보 같다고 해도 내 마음은 한결같이 당신이 아프지 않기를 하고 바라고 있어. 그러니까 어디에 있건 뭘 하건 혼자 끙끙 앓지 않았으면 좋겠어. 혼자 있더라도 잘 먹고 잘 잤으면 좋겠어.

René Magritte_The Blow to the Heart_1952.jpg René Magritte_The Blow to the Heart_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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