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음 꽃 - 남자의 이야기 -

by Lunar G

너를 보고 있어

천천히 눈을 깜빡이고 있는

너는 나의 이런 시선을 외면한 채

아무 말 없이 창밖을 쳐다보며

나를 외면하고 있지

그런 너를 멍하니 쳐다봐


너와 함께 있는 이 순간이

꿈인 것만 같아서

눈앞의 네가 진짜인 것 같지 않아서

손을 뻗으면 네가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뻗고 싶은 손을 내 가슴에 얹은 채

멍하니 너를 넘어다 봐


그토록 보고 싶어 했는데

그토록 안아주고 싶어 했는데

그토록 그리워했는데

그토록 매만져주고 싶어 했는데

그토록 바라보고 있고 싶어 했는데

네가 앞에 있는데도 널 만질 수가 없어


내 손이 닿으면 네가 녹아버릴 것 같아서

물이 되어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그리하여 우리 다시 떨어져 있게 될 것 같아서

그러면 내 심장이 녹아

눈물로 사라져 버릴 것 같아서

네 곁에 가만히 앉아 너를 흘끔거리고 있어


우는 모습 보이기 싫으니까

내가 울면 너도 무너져 내려버릴 테니까

너에게 닿고 싶은 마음을

흘러내리려는 눈물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데


내 심장 소리가 너에게 닿았을까

내 시선이 느껴졌을까

흔들리는 내 눈동자를 본 걸까

내 마음의 외침을 들은 걸까

그 속의 내 눈물이 네 가슴에 닿은 걸까

눈물 속에서 찰랑거리는 파도 소리가 네 가슴을 아리게 한 걸까


네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려

소리 없이 떨어지는 눈물에서

나를 기다리며 네가 모아 온 꽃잎들을 봐

긴 기다림에 얼어버린 빨간 꽃잎들이 네 볼에 닿아

꽃잎이 힘없이 파지직 부서져내려

슬픔이 흩날려


흩날리는 꽃가루에 내 입술을 덧대

입술에 너의 슬픔이 스며들어

너도 나만큼 참고 있었던 것 같아 눈물이 흘러내려

내 눈물이 꽃가루에 닿아

꽃가루에 빛이 스며들어

슬픔에서 빛이 배어 나와


네 슬픔과 눈물을 양손 가득 담고 입맞춤을 해

얼음 속에서 박제되어 있던

꽃잎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져

얼음꽃에서 향을 번져와

너에게서 빛이 퍼져 나와

그 빛을 안고 말해


온마음을 다해 사랑하며

그 마음을 지켜내기 위해

처절하게 절망하고

죽을 만큼 괴로워하면서도

웃을 수 있게 해 준 너를 만날 수 있어서

다행이야

Salvador Dalí_The Meditative Rose_1958.jpg Salvador Dalí_The Meditative Rose_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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