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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를 위해 온 마음을 다해

by Lunar G

그 사람과 헤어지면 내가 죽어.


드라마 대사 한마디에 그를 잃는 꿈을 꾸고 숨을 쉴 수 없게 되었던 그날이 떠올랐다. 죽음이 그렇게 무겁고 무섭게 느껴질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처음 알았다. 그와 동시에 본능적으로 알게 되었다, 그가 없으면 내가 사라지게 된다는 것을. 평소 인지하지 못했던 그를 향한 내 마음에 놀라 깨어서는 내내 울었다. 하느님, 뭐든 할 테니까 그 사람만은 꼭 지켜주세요라고 말하고 싶은데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대신 눈물이 흘렀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눈물은 소리 없는 비명이었다. 나의 모든 것인 당신만은 어떻게 해서건 지켜달라고 하는.

하늘은 그런 나의 바람을 들어주셨다. 그리고는 소원을 들어주었으니 이 정도 시련은 견뎌야 한다는 듯 그의 모습을 나에게서 빼앗아 가 버렸다. 하늘은 알지 못했다. 당신이 그를 나에게서 숨겨버려도 내 속에 그가 깃들어 있기에 내가 죽지 않는 한, 아니 죽는다 해도 내게서 그가 사라질 수는 없다는 것이었다. 괴롭지만 충만하다. 그가 나보다 더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나를 아프게 하지만 괜찮다. 앞날을 기약할 수 없는 이 시간이 그를 위험으로부터 구해내기 위해 지불해야 할 기회비용이었다면 기꺼이 받아들일 것이다.

그렇게 견디고 견디다가 그가 회복되었을 즈음이면 다시 하느님을 부를 것이다. 이제 그를 나에게로 돌려달라며 말이다. 이 시간이 그에게 필요하다면 그날이 올 때까지 죽을 각오로 견딜 것이다. 매 순간 그리움과 사랑으로 내 마음이 녹아내리는 것이 느껴진다고 해도 지금은 그가 건강해지는 것, 원래의 컨디션을 회복하는 것만 생각할 것이다. 무겁다는 말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죽음의 경험이 그가 무사한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할 일이라는 것을 알게 해 주었기 때문이다. 제대로 자고, 제대로 먹고, 제대로 운동하며 그를 위해 움직일 것이다.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그를 위해서 온 마음을 다해 삶을 마주하고 있을 것이다.


Carolus Duran_Le baiser.jpg Carolus Duran_Le Bais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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