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감고 앉아 왼쪽으로 고개를 기울인다
먼먼 곳의 당신이 조용히 와서 빈자리를 채워준다
당신의 손이 천천히 나의 눈을 매만진다
손이 춤을 추듯 내 귀에 가더니 뒤이어 내 어깨를 감싼다
나는 엄마의 자궁 속에 있는 태아처럼 평온한 얼굴을 하고 있다
입가에서 행복이 번져간다
행복에 잠겨 나도 모르게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중얼거린다
웃는 얼굴의 당신이 눈에 아른거린다.
따스한 햇살에 둘러싸인 당신이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내 곁의 당신이 미소를 드리우며 말한다
일어나, 어서. 해야 할 일이 많아
눈을 뜨며 왼쪽으로 고개를 돌린다.
당신이 있던 자리에 온기가 놓여 있다
멍하니 앉아 햇빛에 감싸인 빈자리에 손을 포갠다
손등에 놓이는 하얀 햇살에서 당신의 손길을 느낀다
비어있는 옆자리가 채워져 있다
보이지 않는 당신이 여기에 있다
옆자리가 비어있는데 채워져 있는 것 같은 것은
그곳에서 당신이 이쪽을 넘어다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당신이 보이지 않는데 당신의 시선을 느끼는 것은
당신의 눈동자에 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내가 그러하듯
당신의 마음이 나를 향해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