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Lunar G Nov 16. 2023

늦어서 미안, 내내 같이 있고 싶었어

눈이 슬픔이 되어 흩날립니다. 손을 뻗어 눈을 만집니다. 손에 닿은 눈이 그대로 사라져 버립니다. 그 위에 입맞춤을 하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립니다. 

“보고 싶어.”

탄식이 되어 번져가는 나의 말에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릅니다. 무너져 내리듯 가슴을 끌어안은 채 웅크려 앉아 생각합니다. 겨울왕국이 언제쯤 겨울왕국을 돌려줄까, 당신을 만날 날이 오기는 할까, 우리 사랑은 왜 이렇게 어렵고 힘들까 하고 말이지요. 

달이 눈물을 비춥니다. 빛이 번집니다. 눈이 부십니다. 달빛에 안겨 당신이 남기고 간 반지를 만집니다. 바람이 찬데 몸은 떨리지 않습니다. 반지에서 우리의 사랑의 온기가 번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혹여나의 울음이 당신의 귀에 닿을까 반지에 입을 덧댄 채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립니다. 

눈보라가 불어옵니다. 바람이 너무 세서 눈을 뜰 수가 없습니다. 이러다 바람에 잡아먹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격한 바람에 둘러싸입니다. 당신이 돌아올 때까지는 쓰러져서는 안 되는데 점점 힘이 빠져갑니다. 이렇게 약해서는 이 사랑을 지켜낼 수 없다는 생각이 들자 참고 있던 울음소리가 밖으로 나옵니다. 서럽게 웁니다. 울고 또 울며 말합니다. 

“미안해.”

이제 무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버티고 싶은데 더는 이 막막함을 견뎌낼 자신이 없습니다. 내가 힘들어서가 아니라 나보다 더 힘들어하고 있을 당신이기에 여기서 내가 당신에게서 등을 돌려서는 게 당신을 편안하게 해 줄 것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죽을 만큼 힘들어도 당신을 떠나는 것이 당신을 덜 힘들게 한다면 내가 아무리 힘들어도 그 길을 받아들일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그 생각을 하니 숨을 쉴 수 없을 만큼 가슴이 저려옵니다. 슬픔이 숨을 앗아갈 수도 있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던 그 순간 누군가가 내 손을 잡아줍니다. 앞이 온통 하얘서 아무것도 안 보이는데 나는 알고 있습니다. 당신이 내 앞에 있다는 것을. 눈의 여왕이 마법을 풀고 당신을 내 앞에 데려다 놓았다는 걸.

나를 꼭 안고 있는 당신의 몸이 떨려옵니다. 당신의 눈에서 흘러내린 눈물이 내 뺨을 적신 후 내 어깨에 닿습니다. 나의 어깨가 흔들립니다. 우리의 얼굴은 눈물로 젖어 있습니다. 눈의 여왕이 달빛을 비추어 우리의 불쌍한 사랑을 매만져 줍니다. 빨간 두 입술 위로 달빛이 퍼집니다. 

"영원히 함께하길." 

눈의 여왕이 소리 없이 말합니다.

눈이 멎습니다. 당신이 손에 쥐고 있던 티아라를 제 머리에 씌워줍니다. 당신이 나를 위해 목숨을 걸고 손에 넣은 티아라가 내 머리 위에서 은은한 빛을 냅니다.

“이런 거 필요 없는데. 나는 당신만 내 옆에 있으면 되는데."

상처투성이인 당신의 손을 만지며 말합니다. 당신이 아무 말 없이 내 얼굴의 눈물을 닦아줍니다.

나는 당신의 손 때문에 마음이 아프고, 당신은 나의 언 손 때문에 슬픔에 둘러싸입니다. 나를 위해 티아라를 찾으러 가겠다는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면서 눈의 여왕은 겨울왕국을 제게서 지워버렸었습니다. 내 손에 당신과 나의 커플 반지만 남겨둔 채 말이지요. 당신이 남기고 간 그 반지를 당신 손에 끼워 줍니다. 눈의 여왕이 당신에게 당신의 손에 끼워진 것과 똑같은 반지를 전해줍니다. 당신이 나의 손에 반지를 끼워주며 말합니다. 

”늦어서 미안. 내내 같이 있고 싶었어.”

눈이 그쳤습니다. 달빛이 번지는 바다가 우리를 비춰내고 있습니다. 우리만의 하얀 밤이 빛나고 있습니다. 

G O'Keefe_Black Door with Snow_1953_55


매거진의 이전글 그런 일은 없을 겁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