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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Nov 23. 2023

기다리고 있었어

테이블에 턱을 괸 채 눈을 감는다

눈을 감으면 그가 나타난다

내 앞에 웅크리고 앉은 그가 머리카락을 매만진다

부드러운 손길이 남긴 따사로움이 평온을 불러온다 

왠지 모를 평온을 느끼며

눈을 감은 그대로 그의 시선 속에서 잠이 든다


나를 지켜보는 그의 눈과 따사로운 햇살과 소곤거림 

그가 내게 보내온 오후의 평화가 나를 감싸 안는다

낯선 평화에서 불안과 감사를 동시에 느낀다       

짧은 쉼 

긴 호흡 

그 끝에서 눈을 뜬다


눈앞에 그가 있다

웃는 얼굴의 그가 눈물이 그렁그렁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내에 있는 그가 믿기지 않는다 

손을 뻗어 그의 얼굴을 매만진다 

그의 얼굴이 내 손에 닿는다

그 위로 그의 손이 포개진다


말 대신

눈물만 뚝뚝 떨어져 내린다

그가 말한다

갔다 왔어 

상처 투성이의 그의 가슴을 매만지며 내가 말한다 

기다리고 있었어     

바람이 들어오지 않는 따사로운 카페에서  나에게 평온을 가져다준 당신의 온기를 당신에게 전하며 생각해.

여행짐을 챙겨야겠다고. 아무도 없는 곳으로 가서 당신과 나만의 시간을 마주 볼 수 있도록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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