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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Lunar G Dec 03. 2023

평화로운 오후다


태양을 닮은 꽃을 따뜻한 물에 띄워두고는

가만히 앉아 차가 우러나기를 기다린다.

물에 닿은 마른 꽃잎이 

꽃을 피워낸다

꽃에 담긴 태양의 따사로움이 

노랗게 번져나간다

투명하고 노란 꽃이 만개한다     


노트를 앞에 두고 눈을 내리감는다

따사로운 공기가 손등을 감싸고 

달콤한 냄새가 입술을 매만지고

부드러운 햇살이 등을 감싸 안는다

눈을 감은 채

당신의 손등을 매만지듯 

눈앞에 놓인 하얀 종이를 만진다     


손가락으로 백지를 만지며 앞날을 그려 본다

이 하얀 종이에 올해는 어떤 이야기가 담길까

어떤 만남이 이 종이를 채울까

당신과 나의 이야기는 어떻게 기록되고 있을까

생각이 당신에 이르자 나도 모르게 눈이 떠진다

손가락이 멎어 선 곳

당신이 있고 내가 있다.      


한 걸음씩을 앞둔 두 사람이 서로를 마주 보고 있다. 

창가의 튤립 두 송이가

종이 위 두 사람을 조용히 내려다보고 있다

맞닿은 튤립 두 송이와 

미소를 머금은 두 사람과 

하얀 종이와 종이를 매만지는 나를

햇살이 부드럽게 감싸 안는다     


메리골드 차를 한 모금 마신다

눈동자에서 노란빛이 번진다

당신의 손이 딱딱해진 내 가슴을 매만진다

촉촉해진 내 입술에 당신의 손이 닿는다

당신의 손을 입가에 물고 메리골드의 꽃말을 속삭인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당신의 입가에 미소가 번진다     


사랑이 넘치는 평화로운 오후다


G Klimt_Love_18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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