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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래래파파 Oct 02. 2019

어디든 똥이다..

 방송통신대에서의 근무가 시작 되었다. 맡은 업무는 물품과 국유재산 관리 업무. 얼핏 보면 쉬워 보이는 일이나, 방통대의 특성상 결코 그렇지 않았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는 서울 혜화에 본부가 위치해 있다. 그리고 전국 16개 시도에 지역대학이 위치해있다. 규모가 큰 서울과 일부 시도의 경우에는 지역대학 아래에 학습관이라고 몇군데가 더 있다.


 이러한 상황은 결국 내가 관리해야하는 국유재산이 어마무시하게 많다는 이야기다. 국립대학인 방통대는 모든 물품은 국가 소유다. 책상하나, 프린터기 하나도 마음대로 할 수 있는게 없다. 하지만 수많은 물품을 관리하다 보면 필연적으로 누수가 발생한다. 특히 시골의 지역대학은 생각보다 관리가 잘 안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사실은 좀 쉬고 싶은 마음에 방통대로 왔는데 일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거기에 엎친데 덮친격으로 지역대학이 위치한 토지에 소송까지 걸려있는 상황이었다. 무단점유를 한 사람, 혹은 지역대학 신축으로 자기가 다니던 길이 없어졌다는 사람 등등 별의별 사람들의 민원과 소송을 받았다. 




 방통대는 학교 특성상 학교로 직접 찾아오는 학생은 많지 않다. 한학기에 현장수업은 두세번만 오면 되고, 기말고사를 보면 된다. 그래서 대부분 학생들은 전화로 민원을 제기한다.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하는 것과 전화상으로 이야기 하는 것은 큰 차이가 있다. 똑같은 말도 감정이 다르게 전달될 수 있는게 전화통화이다. 


 그래서인지 많은 민원인들은 감정이 격해져 있었다. 특히 방통대는 일반 대학생처럼 젊은 사람들의 비율보다는 나이드신 분들의 비율이 아주 높았다. 심지어 전자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도 재학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민원의 수준과 난이도가 달랐다. 20대 학생들이 제기하는 민원과 경륜이 많은 50~60대 학생이 제기하는 민원 수준이 다를 수 밖에 없다. 


 많은 민원과 결코 적지 않은 업무를 수행하면서 현타가 왔다. 나는 무엇을 하고 있는 것인가, 더 좋은 곳이라 생각해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이곳까지 왔는데, 좋기는 커녕 더 나쁘지는 않는지를 걱정해야하는 상황이라니..




 역시 직장은 좋은 곳은 없었다. 어디든 힘들고 어려운 곳일 뿐이었다. 하루하루 맡겨진 일을 해내면서도 매일매일 고민했다. '이곳에서 근무하는게 맞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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