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한 영향력을 미치고 싶은 교수가 되려고 합니다
어쩌다 보니 대학교에서 경영학 전공을 선택한 학생들에게 마케팅을 가르치는 교수가 되었다. 물론 처음부터 교수가 되기 위해 회사를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아니었다. 석사 그리고 박사학위를 받으면 리서치 업계에서 보다 나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조금이라도 빨리 학위를 받아야 한다는 생각에 공부를 다시 시작했을 뿐이다.
경영학을 전공했지만 대학교 재학 시절에는 열심히 공부한 기억은 없다. 그저 남들처럼 스펙을 쌓기 위한 학점 관리 그리고 토익공부만 한 것이 전부다. 기타 자격증은 없었다. 집안이 유복하지 못해 당시에 누구나 다 가던 어학연수도 제대로 가보지 못했다. 그런데 2005년 즉 대학교 4학년 때 브랜드 관리를 주제로 한 교과목이었던 ‘제품 관리론’ 수업을 수강하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을 가졌다.
“어쩌면 브랜드 마케팅이 나한테 맞지 않을까?”
대학 졸업 후 몇 개월 놀 뻔했지만 운 좋게 브랜드 리서치 및 컨설팅 업체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열심히 일했다. 그런데 대표이사가 내게 이 한 마디를 했고, 난 주저 없이 그만뒀다. 아니 정확히 말하면 구조조정 대상이 된 거지만.
“주언씨는 정말 부지런하다는 것을 팀원들이 다 알고 있는데, 아웃풋이 보이 지를 않아요.”
뭐가 그리 대단한 회사라고 나를 평가해? 화도 났지만 수긍해야 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인정받을 수 있는 방법은 대학원 진학 밖에 없다고 생각해서 간절한 마음에 공부를 시작했다. 하지만 대학원 석사 과정에 진학하고 첫 수업 때 적지 않은 충격을 받았다. 읽어야 할 논문(아티클 혹은 페이퍼라고도 불림)이 모두 영어였던 것이다. 부모님이 조금만 더 여유가 있으셨다면 어학연수도 가고 돈 걱정 없이 영어회화도 다니면서 영어실력을 높일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철없는 생각을 잠시 가지기도 했었다. 게다가 대학원에 진학한 많은 친구들은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건 논문 읽기 밖에 없었다.
석박사 과정 동안 정말 미친 듯이 많은 논문을 읽었다. 그리고 정말 진지하게 연구(research)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연구를 해야 의미있는 연구를 진행할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또 고민했었다.
흔히 이야기하는 대단한 학벌도 아닌 나였지만 현재 계신 학과 선배 교수님들 그리고 퇴직하신 교수님들께서 좋게 평가해 주셔서 현재 대학교에 임용되어 학생들을 6년째 가르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선생님으로서 학계에서는 연구자로서 그리고 실무계에서는 자문으로서 보람을 느끼고 있다.
직업 덕분인지 현직에 있는 마케팅 실무자들과 식사를 하다 보면 편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그러다 보면 이런 이야기들을 툭툭 던지는 것을 들었다.
“학교에서 교수님들이 이야기하는 이론들은 알겠지만 실제 실무에서는 의미 없는 이야기들이 대부분이에요. 아직도 교수님들은 현장을 몰라요. 알려고 노력도 안 하죠. 물론 겉으로는 하는 척 하지만...”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화가 났다. 하지만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또 한편으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아닐까 판단했다.
경영학을 전공하는 대학생들의 대부분은 마케팅에 대한 관심이 매우 많다. 경영학과 전혀 관련이 없는 대중들도 소비자이기에 마케팅에 관심이 많을 수밖에 없다. 그리고 현직 마케터들 그리고 마케팅 부서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되어 부서들도 마케팅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논문이 아닌 나와 같은 보통내기들이 이해할 수 있고 적용할 수 있는 마케팅 이야기가 주제인 것이다. 하지만 이런 주제는 이미 서점에 넘치고 넘친다.
조금 다르게 써볼 수 있지 않을까. 내가 정말 잘할 수 있는 콘셉트는 무엇일까. 그리고 지루하지 않게 읽힐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국내 모 경제신문에 5회에 걸쳐 <1분 마케팅>을 쓰게 되었고, 각 칼럼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아 아예 작정하고 글을 쓰게 되었다. 현직 마케터들의 고민을 학술 이론으로 풀어나가는 스토리텔링을 써보기로 한 것이다.
꾸준히 논문을 읽고 연구하고 또 꾸준히 글을 써야 한다. 부지런해야 한다. 첫 직장의 대표 이사가 아웃풋은 없지만 부지런하다고 했던 말. 그리고 그게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는 것이기에 꾸준히 써보려 한다. 누군가에게는 분명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컴퓨터 앞에 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