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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주언 Jun 13. 2021

다르다와 틀리다는 다르다

마케터의 기본

까칠한 성격때문일까? 필자는 여전히 TV나 라디오에 등장하는 유명 방송인들이 ‘다르다’와 ‘틀리다’를 잘 못 사용하는 것을 마주하면 그 말이 머릿속에 계속 맴돈다.      

“역시 비법 소스를 추가하니 맛이 완전 틀리네요.”     


K-Pop의 뿌리였던 2000년대 대중가요 속에서도 잘 못 표현된 가사들을 종종 발견할 수 있다,

“다른 남자와 나는 틀려. 내게 전활 걸어.”      


스포츠 중계도 마찬가지다. “6회 초에 보여주었던 수비 시프트와는 많이 틀립니다.”      

필자는 마케팅을 처음 접하는 마케팅원론 수강생들에게 항상 이 이야기를 하면서 학기를 시작한다.  

   

“여러분들이 정말 유능한 마케터가 되고 싶으면, 오늘부터 타인의 행동을 틀리다고 보지 말고 다르다고 생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저 사람은 왜 저렇게 행동했을까에 대한 그 이유를 두 번, 세 번 생각할 수 있는 힘을 기르셔야 합니다.” 

조남준 작가의 술집풍경

현직에 있는 마케터들과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MZ세대들이 인식하는 공정성에 대해 상당한 관심을 갖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다양한 집단 간에 벌어지는 갈등 혹은 혐오에 대해서도 MZ세대들은 민감하게 반응하기 때문에 마케터로서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도 듣는다.     


 자기표현에 적극적인 MZ세대들의 공정성 인식을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이론들이 있다. 진정성(authenticity), 분배 공정성(distributive justice), 절차 공정성(procedure justice) 등이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개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전에 세분화라는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고 본다.   

   

 대학교 마케팅 입문 교과목인 마케팅원론을 수강한 경험이 있는 현직 마케터 혹은 대학생들은 STP라는 개념을 셀 수 없이 많이 접했을 것이다. 시장 세분화(Segmentation), 표적 고객 선정(Targeting), 그리고 포지셔닝(Positioning)이 그것이다.      


 이중 가장 첫 번째 활동은 S 즉 세분화이다. 그렇다면 시장(혹은 고객)을 세분화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한정된 자원 때문에 세분화를 한다고 주장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고객은 모두 다르기 때문에 세분화를 하는 것이다.   

   

 남성과 여성은 다르며, 30대와 40대는 다르다. 기혼과 미혼은 다르고, 다문화가정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우리 아이와 다를 수 있다. 개별 고객들의 취향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니즈(needs)와 원츠(wants)가 존재하는 것이다. 짬뽕을 선택한 친구의 취향은 틀린 것이 아니라 나와 다른 것이다.   

   

 대형서점 한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자기개발 서적코너에 가보면 마케터들이 갖추어야 할 자세 혹은 역량을 소개한 책들이 즐비하다. 4차 산업혁명과 빅데이터는 이미 옛말이 되었으며, 이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갖추어야 할 마케터의 역량을 소개하고 있다.   

   


 물론 최신 트렌드를 받아들이는 자세는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그 전에 비교 대상이 서로 같지 아니한 것(다르다)과 사실 따위가 그르게 되거나 어긋난 것(틀리다)을 구분할 줄 알고 사회 공동체 구성원들의 ‘다양성’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한다고 본다.  

    

홍상수 감독의 영화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RIGHT NOW, WRONG THEN, 2015)’ 속 주인공들도 모두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가 전개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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